오늘은 날씨도 꿉꿉하니 증(症)에 대해 논(論)해본다. 날씨하고 증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의문을 가질까 싶어 미리 말하는데 원래 흐린 날씨에는 편지를 쓰거나 골방에 모여앉아 시답잖은 썰을 풀면서 시간을 죽이는 법이다.
증 가운데서 체증(滯症)에 관해 논할 건데 체증이 있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믿을 만한 내용이니 꼭 참고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글투가 장난스럽다고 그 내용마저 장난인 것은 절대 아니다.
증, 그중에 체증을 주제로 삼은 이유는 며칠 전 내가 체해서 밤새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재주 많은 여우가 사냥개에게 잡힌다고 체증을 다스리는 방법을 워낙 많이 알고 있다 보니 어느 방법을 사용할까 갈등하다 생고생만 했다. 결국 오늘 소개할 비법을 이용해 고통에서 벗어났지만 세상에 정말 할 필요가 없는 미련한 짓이 갈등인 것 같다.
체해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체하면 복통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두통이 생기거나 식은땀이 나면서 오한과 함께 몸살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중에서도 복통은 필수적으로 동반되는데 참으로 참기 힘든 고통이다. 그저 더부룩한 정도라면 논할 거리도 못된다. 그것은 그냥 방치하더라도 저절로 나을 테니 논외다.
체하는 것은 병(病)이 아니라 증이다. 이 말은 제대로 조치만 해주면 저절로 낫는다는 뜻이다. 임산부는 배가 불러오거나 헛구역질을 하는 등 여러 증상들을 보이지만 출산만 하면 그런 증상들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그래서 임산부를 병자 그러니까 환자라 하지 않는 것이다.
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체증은 트림을 하거나 방귀를 뀌면 그런 증상들은 깨끗이 사라지는데 문제는 그것이 되질 않아 고생하는 거다. 아기들 젖먹이고 괜히 등을 두들기는 것이 아니다. 다 체하지 말라고 트림을 유도하는 거다. 가스 방출은 그만큼 중요하다. 시중에 나오는 소화제라는 것들은 가스 방출 보다는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시키는데 주안점을 두다 보니 즉시 효과를 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트림의 중요성을 깨우친 ‘까스 활명수’는 가스방출에도 신경을 쓴 소화제라 그나마 낫지만 아무래도 그 효과는 내가 알려주는 비법보단 못하다.
옛날 아이들이 체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체한 아이의 배를 까고 “내손은 약손이다” 혹은 “엄마손은 약손이다”를 계속 읊조리며 배를 둥글게 쓰다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콧바람을 쐰 바늘로 손가락을 따 피를 내는 것이다.
‘내 손은 약손이다’ 방법은 차마 손가락을 따기 어려운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엄마들이 구사한 방법인데 장운동을 시켜 음식물이 빨리 소화가 되거나 가스가 배출 되도록 돕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사랑이 부족하면 큰 효과가 없다.
‘손가락 따기’는 빠른 효과를 원하는 어른이나 아이 모두를 대상으로 주로 할머니, 엄마, 부인 등 여성들이 시전(始展)했던 방법으로 피를 내어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다.
손가락 따기에서 중요한 점은 시전자(始展者)가 풍부한 임상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시전자가 초보라면 마음이 약해 살살 따는데 이러면 피를 제대로 뽑지 못하고 괜히 손가락에 구멍만 난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지만 어렸을 때 엄마의 바늘에 여러 번 손가락이 뚫린 경험이 있다. 그 이후론 체했을 때 엄마보다 할머니 바늘에 따이겠다고 버텨야 했다.
이왕 따는 거면 야무지게 따야한다. 야무지게 따면 까만 피가 나오는데 아마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면서 체증이 가실 것이다.
만약 가스들을 몸 밖으로 방출하거나 까만 피를 뽑고도 체증이 가시지 않으면 위장에 탈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고, 체증이 수시로 그러니까 상습적인 체증이라면 위에 탈이 생길 전조로 봐야 한다. 탈이 생긴 것으로 판단되면 병원에 가야하고, 전조증상이면 위(胃)에 좋은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손가락 따기의 단점은 피를 본다는 것이다. 따이는 입장이면 아무래도 겁이 난다. 만약 따는 사람이 바늘을 들고 떨고 있으면 더 겁난다. 하여간 따는 사람이나 따이는 사람이나 모두 부담스러운 방법이 손가락 따기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일러주는 방법은 그런 부담이 전혀 없다. 당연히 피를 볼 필요도 없고. 지난 수년간 체험하고 검증한 방법이니 효과는 보장한다. 그럼 이제 비법 공개를 한다. 개봉박뚜~
음식먹고 체했을 때
1. 사이다를 한 병 사온다.
2. 머그잔에 가득 부어 한방에 마신다.
3. 옆구리 운동을 한다.
그러면 오바이트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트림이 나온다. 만약 트림이 나오지 않으면 1회 더 반복한다. 만약 트림이 나오지 않는 경우라면 옆구리 운동 쪽에 문제가 있는 거다. 옆구리 운동은 이렇게 해야 한다.
체했을 때 실시하는 옆구리 운동
1. 발을 어깨너비만큼 벌린다.
2. 제대로 선 자세에서 왼쪽과 오른쪽으로 숙인다. 앞뒤로 숙이면 안 된다.
3. 2번에서 번갈아 해도 되고, 왼쪽과 오른쪽을 횟수를 정해서 해도 된다.
4. 제자리에서 발바닥은 바닥에 붙인 채 몸을 아래위로 탈래탈래 턴다.
트림을 했는데도 체증이 가시지 않는다면 위에 말한 바와 같이 위장에 문제가 있는 거다. 내가 예전에 비법이랍시고 설레발을 친 글이 더 있는데 체증과도 관련이 있으니 읽어두면 좋지 않을까 싶다.
경험에 의하면 탄산음료면 모두 되지 싶어도 사이다를 제외한 환타, 콜라 등은 별로 효과가 없었다. 많이 마실 수 있다면 효과가 없진 않을 것이나 사람이 금붕어도 아니고 마실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이왕이면 적은 양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사이다가 낫다.
체했을 때는 그냥 사이다 마시고 옆구리 운동을 하라고 간단히 말해도 될 것을 꿉꿉한 날씨 핑계대고 길게 적었다. 내가 논했는지 강(講)했는지 아리송하지만 그게 뭐 중요하겠나. 체증만 가라앉으면 됐지. 문제는 날씨다. 분명 어제 글을 적을 땐 꿉꿉했는데 오늘 보니 기상이 달라졌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참고로 글의 시작에 나오는 논(論)과 말미에 나오는 강(講)의 차이를 궁금해 할까봐 알려드린다. 논이란 썰을 푸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고, 강은 웃어른에게 아는 것을 검사받는 것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다. 이 역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결론은 버킹검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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