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개성상인’은 오세영 작가가 루벤스의 그림 한 장에서 모티브를 얻어 완성한 3권짜리 소설이다. 이탈리아 알비 지방에 ‘꼬레아’라는 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안 오세영 작가는 그 사실을 루벤스의 ‘한복을 입은 남자’라는 그림과 절묘하게 연결시켰다.
루벤스의 ‘한복을 입은 남자’의 모델이 작품속 주인공 ‘안토니오 꼬레아’인지 그리고 안토니오 꼬레아가 알비 지방의 꼬레아씨들의 조상인지 분명치 않지만, 루벤스가 활동했던 17세기 초에 한국인이 유럽에 있었다는 사실은 진실에 가까워 보이므로 오세영 작가의 추리는 막수유다.
“Pacta sunt servanda. (약속은 준수되어야 합니다.)”
“Qui suo iure utiur, neminem leadit. (자기의 권리를 행사하는 사람은 누구를 해치는 것이 아닙니다.)”
“Nuda pactio obligationem non parit. (단순한 약속에 이행의무 따위는 없다.)”
“Constans et perpetua voluntas, ius Bonae fidei iudiciis exceptiones insunt. (정의라 함은 각자에게 정당한 권리를 부여하는, 항상 변하지 않는 것이다. 성실행위에 항변은 당연히 포함된다.)”
– 베니스의 개성상인 (도서출판 장원) 1권 304쪽~305쪽 중에서
이 부분은 안토니오가 교황청에 유리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교황청 신부들과 나눈 대화 내용 중 일부이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문구는 예전에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퇴를 발표하며 “팍타 순트 세르반다”라는 법언을 인용함으로써 대중에게 알려지긴 했지만, 기실 인용된 문장들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문구는 아니다.
이렇게 작품 곳곳에서 오세영 작가가 공들인 노력의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독서를 하다 보면 참 쉽게 쓰여졌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자료의 수집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을 것 같은 작품을 만나게 되는데 「베니스의 개성상인」의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오세영 작가의 베니스의 개성상인에 관한 후기는 이미 여러 번 적었으나 이번에 새롭게 서평을 남기는 것은 읽지 않은 분들의 책 고름에 도움이 될까 해서이다. 발표된 지 오래된 작품이라 모두들 읽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아직 읽지 않았다면 읽어봐도 좋을 작품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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