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자 작가 포토에세이(1) 고슴도치나무

고슴도치나무

나는야
뾰족뾰족 가시 많은 고슴도치 나무

멀리서 봐도 뾰족 뾰족
가까이서 봐도 뾰족 뾰족

나는야 심술쟁이 고슴도치 나무

뭘 봐요?
널 보지

그 말을 들은 고슴도치나무에서
뾰족가시 하나가 떨어졌어요.

왜 자꾸만 쳐다봐요?
네가 좋아서

뾰족가시 몇 개가 또 떨어졌어요.

안아줄께 이리와
싫어요 가시에 찔려요
괜찮아 괜찮아

고슴도치나무에서 뾰족가시 몇 개가 또 떨어졌어요.

가시에 찔려 피가 나는데
왜 자꾸만 나를 안아줘요?
너를 사랑하니까

고슴도치나무는 가시가 점점 없어지기 시작했어요.

사랑한다, 고슴도치나무야
나는 못생긴 고슴도치 나무인데 괜찮아요?

그럼 괜찮지 가시가 많아도
나는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해

그 말을 들은 고슴도치나무에서 뾰족가시가 모두 다 떨어져나갔어요.

이제 고슴도치 나무는
예쁜 벚나무가 되었어요.

그림책 작가. 스토리텔러. 출판평론가.
읽고 쓰는 나의 활동이 세상 사람들에게 쪼꼼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