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음란 게시물 근절? 정부와 서울시의 자가당착

선정적인 웹툰
덕구일보에서 철저히 필터링을 하여 걸러내고 있는 선정적인 웹툰 광고들.

어제 날짜 신문기사 가운데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 그리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키소)가 ‘여성폭력 없는 서울 만들기’의 일환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성매매·음란 게시물들을 삭제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그동안 처리한 건수가 17만 건이 넘는다는 내용의 기사가 있었다. 한겨레신문의 ‘음란물 삭제 5년간 17만건…“텀블러가 고민이에요’라는 기사다.

방심위 관계자는 “특히 텀블러는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차단·삭제를 요구한 성매매·음란 게시물의 4분의 3을 차지할 정도로 관련 게시물이 많지만, 미국 회사라는 이유로 삭제 요청에도 협조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텀블러 본사를 방문할 계획도 있다”고 기사는 전했다.

방심위 관계자가 미국 본사까지 방문하겠다니 대단한 의지다. 성매매·음란 게시물을 없애기 위하여 노력하는 서울시나 방심위의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라고 해야 정상인데 그럴 수 없어 유감이다.

음란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 바로 퀴어축제이다. 덕구일보의 ‘퀴어축제 살펴보니’라는 글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그런데 이 축제는 서울시가 서울광장을 사용하도록 승인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부스를 차려가면서 참여했던 축제였다.

어느 국가기관에서는 음란행위를 방조하다 못해 동참까지 하는데, 다른 국가기관은 척결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시 어느 부서는 음란행위를 하도록 장소를 제공하고 다른 부서는 음란게시물을 삭제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퇴폐적이고 선정적이더라도 공개된 장소에서 연출하는 것은 괜찮지만 인터넷에 올리면 없애야 할 음란물이 된다는 논리인데 정말 동의하기 힘든 사고방식이다.

성매매·음란 게시물을 몰아내려는 방심위와 온갖 퇴폐를 일삼는 퀴어축제에 부스를 차리면서까지 참여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는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 기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 내지 국가유관기관일 뿐이다. 세금 먹는 곳이니 그냥 정부라 하자.

정부와 서울시의 한쪽에서는 방조 내지 조장을 하는데 또 다른 쪽에서는 근절하겠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으니 전형적인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개그맨 전유성이 예전에 웃기는 책 한권을 지었다. 제목이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인데 내용 가운데 ‘어떤 신문의 자기당착’이란 짧은 글이 있다.

“어느 날 한 신문을 봤더니 기가 막힌다. 그 신문 날씨 면에는 오늘은 강추위가 예상되니 따뜻하게 입으라고 되어 있는데, 다른 면에는 봄이 성큼 다가왔다며 봄맞이 기사를 써 놓았다. 정말 웃기는 것은 그 신문의 논설 면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긋하게 때를 기다리지 못한다고 질책해놓았다는 거다.”

전유성이 웃기나? 신문사가 더 웃기지 않고? 지금의 서울시와 정부가 그 신문사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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