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항에는 금붕어가 혼자서 논다. 벌써 칠 개월째 되어간다. 이놈의 금붕어는 아니 이분은 혼자서도 잘 견딘다. 내가 아내와 별거한지 일 년. 처음에는 괴로워 몸이 달았다.
그때 어항에 키우는 금붕어 한 쌍 중 한마리가 죽어버렸다. 그래서 약도 오르고 화도 나서 금붕어를 사다놓지 않았다. 내가 괴로움에 힘들어 하는 동안 너도 한번 당해보라는 속셈이었다.
그런데 이놈의 금붕어 벌써 칠 개월이 지나가는데 혼자서도 잘도 먹고 피둥피둥 살이 오른 것이 노는데 도가 통한 것 같다.
나는 금붕어 세 마리를 키우는 습관이 있다. 한번은 아내와의 행복감에 젖어 있을 때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죽고 두 마리가 남았다. 나는 두 마리 중 한마리가 죽으면 다시 두 마리를 사다놓을 생각을 했다.
물을 갈려고 두 마리를 세수 대야로 옮기는데 한 마리가 힘없이 둥둥 뜨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끝났구나 생각했다. 그렇지만 혹여나 물을 갈면 살아날까봐 물을 갈고 어항에 둥둥 떠서 힘이 없는 그놈을 함께 집어넣었다. 완전히 죽으면 그때 새 금붕어를 사다놓을 심산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다음날 일어났다. 그날은 쉬는 날이라 집에서 어항을 살펴보는데 어김없이 어제 그 금붕어가 둥둥 뜨는 것 이었다. 드디어 때가 되었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남은 금붕어 한 마리가 둥둥 떠 있는 그놈을 뚝뚝치는 것이었다.
그렇게 툭툭 치면 힘이 없어 떠 있던 금붕어가 다시 활기를 찾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여 한참을 쳐다보았다. 금붕어는 감정이 없는 것으로 알았는데, 나의 고정관념이 한순간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 후 그 두 마리는 일 년을 더 살고 세상을 떠났다. 내가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였는데, 어머니는 당신이 살려보려고 하였으나 어찌해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리해서 새롭게 금붕어 세 마리를 사왔는데 그중 두 마리가 죽고 지금 내 눈앞에서 한 마리는 계속 생을 이어가고 있다. 이놈은 나를 친구로 삼고 살아가는 모양이다.
어항의 물을 갈 때가 왔다. 물에 거품이 나기 시작하면 물을 갈아야 한다. 나는 물을 갈아주면서 어항을 새것으로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주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놈을 무심히 바라본다.
“너나 나나…”
그래 둘이서 한번 끝장을 보자. 하나는 홀아비로 하나는 도통한 금붕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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