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거장의 귀환이라고 해야 하나, 다빈치 코드(Da Vinci Code)의 작가 댄 브라운(Dan Brown)이 보다 심오하고 근원적인 질문을 담은 책 오리진(Origin)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아직 ‘다빈치 코드’ 서평도 못 올렸는데 그의 신작부터 리뷰하고 있다. 원래 방침은 신간 서적보다는 오래된 책을 먼저 소개하는 것이지만, 나도 모르게 자판을 두들기고 있더라. 흥미로운 주제인데 혹여 묵혀뒀다가 내용을 잊어버릴까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오리진은 문학수첩에서 출판한 두 권짜리 소설이다. 오리진(Origin;기원, 근원)이라는 책의 제목과 댄 브라운이라는 작가의 이름에 형성된 이미지를 조합하면 대충 어떤 성격의 작품일지 짐작해볼 수 있다. 읽기 전에 대충 유추해보니 어김없이 그 짐작이 맞았다. 종교적인 문제가 가미된 미스터리 스릴러!
코난 도일에게 명탐정 홈즈가 있고, 마이클 코넬리에게 보슈 형사가 있다면, 댄 브라운에게는 기호학자 랭던 교수가 있다. 덤으로 영화 007시리즈에 등장하는 본드걸처럼 댄 브라운의 작품에는 랭던 교수와 짝을 이루는 새로운 여인이 작품마다 등장한다.
이번 신작 오리진에도 어김없이 매력적인 미모의 여인이 등장하는데 그 여인은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장 암브라 비달이다.
댄 브라운의 다른 작품처럼 오리진에서도 랭던 교수는 암브라 비달과 함께 사건을 따라가며 해결하는 주인공이지만 전체적 줄기를 이루는 실질적 인물은 따로 있다. 이번엔 에드먼드 커시라는 랭던 교수의 제자가 그런 역할을 한다. 그 외 등장인물은 매우 단출한 편이다. 역시 거장들의 작품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등장인물이 단출하면 영화로 만들기에 더없이 편하다. 존 그리샴이나 더글라스 케네디와 같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체로 그러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댄 브라운 역시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이 영화로 많이 만들어지는 중요한 까닭이 아닐까 싶다.
에드먼드 커시는 천재로 인정받는 컴퓨터 과학자 겸 미래학자다. 그가 예언했던 일들은 어김없이 적중했으므로 에드먼드는 대단한 부와 명성을 얻었다. 그런 에드먼드 커시가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발견을 했다면서 그것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공개하겠다고 발표한다.
에드먼드가 발견한 것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근본적인 두 개의 질문에 대한 해답인데, 그로 인하여 종교계에 큰 파문이 일 것을 우려한 에드먼드는 그 내용을 세 명의 종교지도자에게 자문을 구할 겸 알려준다.
비밀을 아는 사람은 종교 지도자 셋과 에드먼드 뿐인데, 행사장에서 에드먼드는 공개 직전 암살을 당한다. 에드먼드가 발표를 며칠 앞두고 세 명의 종교지도자를 만났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갖 음모론이 난무한다.
아끼던 제자의 죽음을 목격한 랭던 교수와 발표장소를 제공한 구겐하임 미술관장 암브라 비달은 에드먼드의 죽음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그의 발견을 세상에 공개해야한다는 의무감으로 사건의 한가운데로 뛰어든다.
The dark religions are departed & sweet science reigns.
(어두운 종교는 떠나고, 달콤한 과학이 지배한다.)
한 줄의 시와 같은 짧은 문장에 담겨 있는 거대한 비밀이 오리진(Origin)을 알게 하는 핵심 키워드이다. 기억해두면 작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댄 브라운의 작품은 기호학이나 종교 혹은 고고학 등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들이 많이 나와서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지적스릴러’라고도 한다.
댄 브라운이 작품 한 편을 쓰기 전에 소재와 관련된 책을 1년 정도 읽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에 보이는 해박한 지식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책 많이 읽자. 웹소설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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