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보면 좋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후배가 하나 있습니다. 학교후배는 아니고 그렇다고 동네후배도 아니고 그냥 후뱁니다. 예전에 페이스북에서 이야기했던 ‘비즈니스교회’, 바로 그 친구입니다(3월13일 게시글). 요즘 부인에게 쫓겨나 혼자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오늘 그 친구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편의상 그 친구를 ‘비즈니스’라고 하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비즈니스는 나하고 아무런 인연이 없는데 어쩌다보니 가깝게 된 사이입니다. 굳이 연결고리를 찾아보면 ‘교회’라고 할 수 있겠군요. 비즈니스는 꼬박꼬박 교회를 갑니다. 주일도 나가고 주말도 나갑니다. 일은 안 해도 교회는 나가거든요.
교회가 연결고리일지도 모른다고 한 것은 만나면 꼭 교회 이야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는 나만 만나면 교회이야기를 꺼내는데 나는 싫다하지 않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입니다. 비즈니스는 나만 보면 교회를 나오라고 성화를 부립니다. 주님이 나를 엄청 사랑한다는 믿을 수 없는 말을 하면서요.
심하게 아픈 적이 있었던 비즈니스는 매사에 몸을 아끼지만, 교회일이라면 몸을 아끼지 않고 부지런을 떠는 보기 드물게 믿음이 강한 친군데 나에게 비즈니스는 참 의문이 많은 친굽니다. 전혀 교회와 친할 것 같지 않게 생겼거든요.
아침이나 저녁이나 얼굴만 마주치면 “형님,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합니다. “왜 날 사랑하는데?” 라고 물어보면, “교회 다니면 사랑이 많아집니다.”라고 합니다. 모태신앙이라니까 아마 비즈니스는 엄마 뱃속에서 세상에 나올 때 “사랑해요” 하면서 나왔지 싶습니다.
며칠 전, 같이 아는 지인과 함께 비즈니스를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시국을 걱정하는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자들 모이면 뻔하지요. 군대에서 엄청 고생했다는 이야기나 정치 이야기하면서 정치인 욕하는 재미.
우리들은 공식대로 여야는 물론이고 태평양 건너 남의나라 정치인까지 정치인이란 정치인은 싸잡아 안 좋은 말을 하게 되었는데, 비즈니스의 눈빛이 싹~ 변하는 겁니다. 악령에 빙의된 사람의 눈빛이라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군요. 비즈니스는 그런 눈빛으로 말했습니다.
“문재인은 빼시죠!”
겁나더라고요. 그렇게 사랑한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문재인에게 안 좋은 말 몇 마디했다고 그렇게 변하다니요. 그때 밥상머리에 올라 우리에게 요리 당했던 정치인이 문재인만 있었던 것은 아닌데 의아했습니다. 더욱이 문재인에 대해선 별로 심한 말도 없었고요. 그날 이후로 비즈니스를 못 봤습니다.
어느 청년이 사는 게 힘들어 죽을 마음을 먹고 높은 곳에 올라가 뛰어내리려고 했답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말려도 말을 듣지 않자, 결국 그곳 교구의 신부가 와서 “너를 사랑하는 예수님과 마리아를 생각해보라”고 사랑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렸는데, 그 청년이 “예수? 마리아? 그들이 누굽니까?”라고 물었다는군요. 그 말을 들은 신부가 “뛰어내려, 이 불신자 새끼, 뛰어내리란 말이다.”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 성경에서 말하는 이웃은 누구이고, 사랑은 어떤 모양일까요? 비즈니스와 신부의 사랑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편협되었다는 것. 이것이 그들의 사랑법입니다.
“때문에 사랑하지 말고, 불구하고 사랑하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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