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6) 굼베이 댄스 밴드 – 세븐 티어스

눈물이 강물에 떨어집니다. 떨어진 눈물은 바다로 흘러갑니다. 언젠가 이 눈물도 강물도 다 흘러가고 나면 내 사랑도 함께 흘러갔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흥겨운 리듬에 애잔한 노랫말, ‘세븐 티어스(Seven Tears)’는 독일의 레게 그룹 굼베이 댄스 밴드(Goombay Dance Band)의 히트곡이다. 일곱 눈물? 일곱 방울의 눈물? 아니면 그냥 눈물? 세븐 티어스를 들으면 입가에 미소 지으며 눈물을 흘리던 J가 떠오른다.

J는 여사친이다. 남녀 사이에 우정을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 ‘가능하지 않다’ 설왕설래(說往說來)하지만, 당시 우리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우정을 믿었다. J말고도 C, W, K등이 함께 어울렸는데 J는 홍일점으로 우리들의 우정어린 보살핌을 많이 받았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J에게 여자라고 달리 특별대우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무의식적으로 J가 여자라는 사실은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J는 노래를 잘 불렀다. J가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은 얼음이 된다. 침묵을 자아내는 J의 노래실력은 타고난 것이다. 우리는 노래 부르는 무대만 있으면 J를 내보냈고, 언제나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는 J를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했다.

우리들은 매일 만났다. 약속을 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만나졌다. 만나면 같이 음악 듣고, 탁구치고, 밥 먹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기억도 못할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무엇을 해도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친구들이 도착하기 전 J가 내게 말했다.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을 하면 친구관계가 깨어질까 말을 할 수 없었다고.

어렴풋이 나도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들의 관계가 무척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른 척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J도 그런 점을 고민했었던 모양이다.

“못 들은 것으로 할게. 우정을 훼손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 우리 지금까지 좋았잖아?”

J는 나의 생각에 동의했다.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웃었다. 그런데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일곱 방울 쯤?

곧 나머지 친구들이 도착했고, J와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울렸다. 그날 이후 우리들의 만남은 예전 같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다른 일들이 생겨 만남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보니 엠 (Boney M)과 함께 굼베이 댄스 밴드가 한참 인기를 끌고 있었던 시절에 있었던 기억이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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