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비밀, 이제 쟁반같이 큰 둥근달은 없다.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동산 위에 떴지/ 달 달 무슨 달 낮과 같이 밝은 달 어디 어디 비추나 우리 동네 비추지/ 달 달 무슨 달 거울 같은 보름달 무엇무엇 비추나 우리 얼굴 비추지

윤석중 작사 권길상 작곡 ‘달’입니다. 아마 이 동요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요? 옛날 추석 즈음이면 달밤에 친구들과 이 동요를 부르며 동네를 쏘다니곤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그땐 뒷동산에 정말 쟁반같이 큰 둥근달이 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동요에 쉽게 동화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요즘 들어 밤하늘에서 쟁반같이 큰 달을 보신 적이 있나요? 보신 적이 없을 겁니다. 추석이 다가오지만, 아마 추석이 되더라도 옛날의 그 쟁반같이 큰 달은 못 보실 겁니다. 왜냐하면 이제 우리의 밤하늘엔 쟁반같이 큰 달은 더 이상 없으니까요.

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시(詩)를 한 수 감상하셔야 합니다. 다산 정약용이 일곱 살에 지은 것으로 알려진 시입니다.

小山蔽大山 (소산폐대산)
遠近地不同 (원근지부동)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는 것은
멀고 가까운 것이 같지 않아서이다.

사물의 크기가 거리에 따라 달리 보이는 원근의 원리를 어린 정약용이 파악하고 시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물의 크기는 거리에 따라 달라집니다.

태양과 달은 그 지름이 각각 140만 킬로미터와 3,475킬로미터로 400배 차이가 나지만, 지구와 거리도 1억 5천만 킬로미터와 38만 킬로미터로 달이 지구에 400배 가깝습니다. 이 비율이 태양과 달의 크기를 비슷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바로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는 것이죠.

달의 비밀

달은 참 신비로운 천체입니다. 태양계의 모든 행성과 위성들이 자전과 공전을 하지요.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데 365일, 자전하는데 1일 걸립니다. 그런데 달은 자전과 공전주기가 일치합니다. 즉,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27일 걸리는데, 자전하는데도 27일 걸립니다. 그래서 달은 늘 한쪽 면만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이 때문에 많은 음모론이 생겨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45억 년 전 원래 달은 지구에서 24,0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무척 가까이에 있었지요? 그때는 쟁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달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현재의 달은 지구에서 점점 멀어져 현재 384,399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매년 평균 3.82센티미터씩 멀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아폴로호 우주인들이 달 표면에 놓고 온 거울에 지구에서 레이저 광선을 쏘아 반사되어 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재니까 아주 정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달은 지구에서 매년 3.82센티미터씩 멀어져 언젠가는 좁쌀크기로 보이다가 마침내 우리 지구를 떠나버릴 겁니다. 우리 밤하늘에서 쟁반같이 큰 둥근달이 없어진 이유입니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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