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히는 책, 도선우의 스파링

도선우의 스파링 그리고 타이슨과 홀리필드
도선우의 스파링과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 뜯는 마이크 타이슨.

“도대체 왜, 타이슨은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은 건가.”

「제2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도선우 작가가 수상작 ‘스파링’에 수상소감으로 밝힌 내용이다. 그러면서 “그의 인생을 작가 자신이 아는 세상 속에 대입해보았노라”면서 내놓은 작품이 스파링이다.

실제 글을 읽으면서 중반부 이후로는 내내 머릿속에 마이크 타이슨이 생각났는데 역시 저자는 타이슨이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었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품을 구상한 거였다.

단편에서 흔히 사용되는 [여행 → 우연한 만남 → 그에 따른 결과]라는 구성처럼, 도선우의 스파링은 [불우한 성장 → 역경을 딛고 성공 → 몰락]이라는 장편소설로는 고전적인 구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도는 옛날에 유행했던 방식으로써 큰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우나 그렇다고 크게 실패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그러한 공식이 스파링으로 인해 깨어지지 않을까 싶다. 도선우의 스파링은 최소 중박 내지 대박을 꿈꿔볼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이다.

스파링은 타고난 동체시력에 뛰어난 싸움감각을 타고난 소년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그리고 청년기까지의 삶을 그린 1인칭 성장소설이다.

“멍청한 나의 엄마는 화장실에서 똥을 누다가 나를 낳았다. 똥을 누다가 낳았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화장실에 왜 들어갔겠는가. 애초부터 나를 낳을 생각이었다면 화장실보다 더 나은 공간이 이 세계에 없을 리 없었다. 엄마는 공중화장실 변기에 기대어 똥 대신 나를 낳았고 나는 피로 범벅된 타일 위에 누워 이 황당한 현실을 개탄하며 울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불우한 성장’에 해당하는 도입부에서 흥미를 끄는데 성공했다. 이미 도입부를 읽었다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다. 이어지는 주인공 장태주의 초등학교·중학교 그리고 소년원 생활.

장태주는 소년원에서 담임 공민수를 만남으로써 인생은 바뀐다. 권투선수로 승승장구하는 장태주. 그러니까 ‘역경을 딛고 성공’에 해당한다.

‘몰락’은 너무 급격하게 찾아온다. 장태주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인연이었던 할아버지와 누나 그리고 담임 공민수의 죽음. 이들의 죽음으로 장태주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몰락부분은 급격하게 찾아온 만큼 분량도 적다. 경기를 망친 후 그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카메라를 향해 던진 장태주의 마지막 질문엔 작은 울림이 있다.

“내가 당신들에게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이 질문이 이 작품의 요체다. ‘당신들’일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이 책을 읽어봐야 알 수 있다. 아니 굳이 읽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어쩌면 우리들은 모두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은 타이슨의 엽기적인 행동을 장태주와 같은 불우한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러나 여기서 주문하는 것은 타이슨이나 장태주의 행동을 이해하자는 따위가 아니다.

스파링은 장태주를 통하여 이 사회의 부조리한 면과 가진 자가 만든 부당한 질서 그리고 불관용하고 가십에 환호하는 우리들을 고발하고 있다.

한덕구
Copyright 덕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덕구일보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출처를 밝히고 링크하는 조건으로 기사의 일부를 이용할 수 있으나, 무단전재 및 각색 후 (재)배포는 금합니다. 아래 공유버튼을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