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끝자락에 사후경직이 일어나는 것처럼 맑은 날이 여러 날 이어졌다. 기상청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이번 장마는 이렇게 수명을 다한 듯싶다. 예전엔 우리나라 아래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고루 비를 뿌리더니 올해는 한 곳에 유독 많은 비를 뿌리는 심술을 부렸던지라 떠나는 장마가 오히려 고맙다.
오늘은 그간 별러왔던 일을 해치우기로 하고 아침 일찍 딸아이를 길잡이 삼아 길을 나섰다. 한 달에 두어 번 정도는 원근(遠近)에 숨어있는 명소를 찾아 구경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무지 실천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던 일이다. 모처럼의 외출에 딸내미가 똥강아지마냥 좋아한다.
오늘 목적지는 청사포. 청사포는 미포, 구덕포와 함께 해운대의 삼포로 불리는 해운대 12경의 하나이다.
해운대 12경은 차례대로 해운대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 동백섬, 달맞이길, 영화의 거리, APEC나루공원, 부산아쿠아리움, 장산, 동해남부선 옛길, 수영만 요트경기장, 청사포, 해운대온천을 말한다.
청사포는 해운대 12경 중 끝에서 바로 앞인 11경에 자리하고 있다. 해운대를 방문한다면 구경할 곳 순위에서 11번째로는 고려해야 할 곳이라는 말이다. 시간이 없어 몇 곳만 구경한다면 앞 순위부터 고려해야 하지만 코스만 잘 짜면 짧은 시간에도 모두 둘러볼 수도 있다.
청사포로 가는 길은 총 3가지 방법이 있다. [해운대해수욕장→미포→동해남부선 옛길→청사포] 코스와 [송정→구덕포→청사포] 코스, 그리고 [지하철2호선 종점인 장산역에서 마을버스 2번을 타고 차편으로 바로 청사포]로 오는 코스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걷기 좋은 코스이고, 세 번째는 차편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청사포에는 최근 ‘청사포 하늘전망대’로 불리는 스카이워크가 들어섰다. 정확히 말하면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7월말 오픈이라는 뉴스만 믿고 찾았는데 8월 초로 연기되었다고 한다. 오픈한다는 뉴스는 많았지만 연기했다는 뉴스가 없었던 탓에 헛걸음을 했다.
오늘 청사포를 목적지로 삼은 이유는 ‘하늘 전망대’ 때문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오늘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가 오픈한다니 그 소식을 실을 수 있을까 해서이다. 그런데 재미없게 되어버렸다.
청사포 하늘전망대의 정식 이름은 얼마 전 공모를 통해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로 정했다고 한다. 항상 그렇지만 의미를 찾아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이름을 정해놓고 의미를 부여하는 느낌인데, 그 의미란 다름 아닌 청사포 전망대 바로 앞에서 해상 등대까지 가지런히 늘어선 다섯 개의 암초를 청사포 주민들이 다릿돌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있다.
길이: 72.5m
폭: 3~11.6m
높이: 수면으로부터 20m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 정보이다. 멀리서 전망대를 보면 그저 그런가 보다 하는데 정작 전망대에 들어가면 제법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을 투명 재료로 만들어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이 자꾸 자연에 손대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는 분명 청사포의 명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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