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동래파전 먹었던 이야기를 했을 때 앞으로 유명하다는 음식은 다 먹어볼 생각이라고 하면서 말미에 우리나라에서 2번째로 맛있는 닭갈비집 이야기도 했었다. 참 맛있었던 닭갈비였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오늘은 그 이야기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애피타이저로 닭갈비의 주요 재료(?)인 닭 이야기 한 토막.
어느 양계장 주인이 “내일 아침에 머리가 제일 나쁜 닭을 잡겠다.”라고 말했다. 닭들은 놀라서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공부했다. 드디어 다음 날 아침, 주인이 닭들을 모아놓고 시험을 쳤다.
“1번 닭, 2+3은?”
“5”
“통과”
“2번, 2×3은?”
“6”
“통과, 이것들이 공부를 많이 했구먼”
“3번 닭, 2+3+2×3+2÷3은?”
“이 xx놈아, 물 끓여!”
닭갈비만 생각하면 떠오르는 유머다.
오늘은 모처럼 집에서 닭갈비를 해서 먹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머리 좋은 닭으로 닭갈비를 하면 더 맛있지 않을까 하고. 왜 사람도 머리 좋아 보이면 왠지 맛… 아니 멋있어 보이지 않나.
오늘 닭갈비를 만들어 먹다 보니 언젠가 여행을 겸했던 산행길에서 천재 닭으로 만들었을 것만 같은 닭갈비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음식점 이름이 또렷히 기억 난다. 화악리 닭갈비!
동래파전 이야기를 했을 때 분명히(?) 밝혔지만 나는 미식가(美食家)가 아닌 미식가(未食家)이다. 그래서 웬만큼 맛없는 음식을 먹어도 맛없는지를 모르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있는지 모르고 먹는다. 그저 극단적으로 맛있거나 맛없거나 하지만 않으면 그냥 입에 들어가는 음식으로만 취급한다.
그런데 만약 내가 먹어서 맛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정말 인간이 먹을 수 없는 음식일 것이고, 맛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수라간(水剌間) 최고상궁이나 대령숙수(待令熟手)가 환생해서 만든 음식임에 틀림없다.
그런 내가 화악리 닭갈비집에서 먹었던 닭갈비 맛을 기억하다니 어찌 이런 일이. 어쩌면 시장이 반찬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가격이 너무 착하다 보니 그렇게 착각했을 수도 있다.
수라간이 어떻고 대령숙수가 어떻고 설레발을 치고서 발뺌하는 것 같지만 워낙 맛을 가리지 못하는 혀인지라 나도 나의 입맛을 못 믿는다. 여하튼 그날 먹었던 닭갈비 맛은 정말 끝내줬다.
만약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일부러 화악리 닭갈비집에 가서 닭갈비를 먹었는데 맛이 없었다고 한다면, 그땐 내 탓일 가능성이 많겠지만 어쩌면 그대가 까탈스러운 탓일 수도 있다.
그래서 실패하지 말라고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 먹는 시간을 잘 지켜라. 아침을 먹고 점심때 가서 먹거나, 점심을 먹고 저녁에 가서 먹으면 안 된다.
아침을 생략하고 점심때 가서 먹거나, 점심을 건너뛰고 저녁에 가서 먹어야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다. 만약 무지 맛있게 먹고 싶다면 아침 점심을 거른 채 저녁에 가서 먹으면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장담한다.
원래 이 방법은 팔진미를 먹을 때 사용하는 비법이다. 그래서 조상님들은 잔칫집에 갈 때 음식을 많이 먹기 위해 끼니를 거르셨다. 잔칫집 음식은 맛있으니까.
그런데 닭갈비에 대한 생각 하나, 내가 오늘 먹었던 닭갈비에나 그때 먹었던 화악리 닭갈비에 갈비는 없었는데 왜 이름이 닭갈비일까?
이에 대해서는 닭갈비가 원래는 닭의 갈빗살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거나 갈비양념을 사용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썰만 분분할 뿐 뚜렷하게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싶은데. 지봉유설을 뒤져야 하나.
오늘 닭갈비로 배를 가득 채웠더니 실없는 소리만 자꾸 나오려는 고로, 그쪽으로 갈 일이 있으면 실망하지 않을 테니 들러서 맛을 보라고 추천하며 이만 줄인다. 정말 맛있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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