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플에 뭔가 덩어리 같은 것이 만져지는 질환이 있으니 이름 하여 눈다래끼이다. 눈다래끼는 좁쌀같이 자그마한 혹 같은 것이 생기는 질환인데, 눈꺼플 바깥에 생긴 것을 겉다래끼, 안쪽으로 생긴 것을 속다래끼라고 한다. 간혹 좁쌀같은 것이 생기지 않고 눈꺼플 전체가 물이 찬 것처럼 부어오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민다래끼이다.
눈다래끼는 요즘은 자주 볼 수 없지만 예전엔 흔하게 볼 수 있는 안과질환이다. 안대를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십중팔구 눈다래끼 환자였다. 아마도 옛날엔 요즘보다 청결이나 위생상태가 좋지 못해서 흔하게 발생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본다.
눈다래끼에 걸렸다고 해서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견디기엔 지장이 없지만 외부활동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미관상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이럴 때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양밥¹이 있으니 재료로 돌맹이 두 개만 있으면 된다.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정도의 돌맹이 두 개를 준비한 다음 다래끼가 난 눈에서 눈썹을 하나 뽑는다. 그리고 돌맹이 위에 뽑은 눈썹을 올리고 그 위에 다른 돌맹이로 덮은 다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살포시 놓아둔다. 이러면 준비 끝이다.
길을 걷다가 어떤 사람이 그 돌맹이를 발로 차게 되면 눈다래끼는 돌맹이를 찬 사람에게 옮겨가고 눈다래끼는 하루 만에 낳는다.
어렸을 때 동네 누나가 나보고 20원짜리 자야²를 한 봉지 사줄테니 돌맹이를 차라고 시킨 적이 있었다. 뽀빠이는 10원, 자야는 20원인데 가격이 두 배나 차이가 나서 쉽게 사먹지 못했던 과자가 자야였다. 그래서 찰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 돌맹이를 차고 눈다래끼에 걸렸던 나는 눈썹을 뽑아 돌맹이 속에 넣고 동네 동생에게 차라고 명령(?)을 해서 눈다래끼를 물려주었다.
도심에서 돌맹이 구하기가 쉽지 않아 ‘양밥’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효과는 있었다. 문제는 요즘도 그 방법이 통하는가 하는 것인데 그것은 장담 못하겠다. 워낙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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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밥: ‘양밥’은 민간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술이나 술법을 이르는 말이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들이라 찜찜한 느낌은 없지 않지만 어렸을 때 양법의 득을 톡톡히 보고 자랐기에 일정부분 양밥에 대한 믿음은 있다. 해서 필자가 아는 ‘양밥’ 몇 가지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분명히 알아 두어야할 것은 양밥은 비과학적·비의학적 방법이라는 사실이다.
2. 자야: 70년대 나왔던 과자의 한 종류로 농심라면에서 만들었다. 10원짜리 뽀빠이와 같이 라면을 부셔놓은 라면땅과 같은 과자인데 좀 더 가늘고 고급지게 만들어 두 배가격인 20원에 팔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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