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그러니까 우리나라 통계청에선 주기적으로 여러 조사를 한다. 인구조사도 하고, 사회조사, 사업체 조사도 하고, 고용실태조사도 하고, 뭐도 하고 뭐도 하고, 하여간 별별 조사를 다한다.
그렇게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국책사업을 결정한다든지 언론 자료로 배포한다든지 여하튼 여러 좋은 용도로 통계자료를 활용하는 것이다.
아마 내 짐작으로 지금쯤이면 사업체 조사를 할 때이다. 어린아이들은 모르겠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곧 여름이 된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주기적·반복적으로 실시되는 통계조사다 보니 대충 이맘때쯤이면 뭘 하겠구나 하는 정도는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경험이란 것이 별건가 그런 것이 경험이지.
그러니까 몇 년 전에 지인이 공간을 빌려줘서 개인 사무실을 갖고 있을 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필자가 피조사인이 되어 조사원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을 한 토막 전해드릴까 한다.
“실례합니다. 사업체 조사를 하는데 협조 부탁합니다.”
“아, 예. 수고 많으시네요.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
“차라도 한잔 드릴까요? 커피 녹차 다 되는데요.”
“괜찮아요. 이곳은 다른 곳과 참 다르네요.”
“그런가요? 별로 다를 것이 없는데요.”
“다른 곳은 처음에 인상부터 부라리거든요.”
“예, 그런가요. 무슨 화나는 일이 있었겠죠.”
내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람들이 왜 인상을 쓰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직원 숫자며 연간 매출액 등을 물어보면 “이렇게 조사해서 세금을 얼마나 때리려고?”하는 맘이 들면서 반사적으로 경계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매출이 적다고 하면 쪽팔리고, 많다고 하면 세금이 두렵고, 그런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괜히 애먼 조사원들에게 행패 아닌 행패를 부리는 거다. 혹은 인구조사와 같이 다른 조사라면 귀차니즘이 발동한 까닭이다.
게다가 조사기관이 검찰이나 경찰이 아닌 통계청이라니 좀 얕잡아 보는 마음도 무의식중에 작동했을 터이다. 척하면 착이지.
조사를 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고 한다. 전화를 해서 신분부터 확인하겠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개인정보 운운하며 법률을 들먹이는 사람도 있고, 간밤에 부부 싸움을 했는지 아니면 상사에게 깨졌는지 엉뚱하게 화풀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대체로 입만 야무질 것 같은 사람이 조사원을 상대로 갑질을 한다면서, 정작 많이 배웠을 것 같은 사람은 겸손하더라는 말도 했다.
그때 나를 조사했던 조사원으로부터 사업체 조사를 하다 보면 앞으로 번창할 곳과 머지않아 폐업할 곳을 가늠하는 안목이 저절로 생기는데 이곳은 번창할 것 같다는 덕담을 들었다. 앗싸~ 가오리~~^^;
사업체 조사를 할 시즌이라 한마디 하는데, 통계청 조사와 세무조사가 같은 조사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상관은 고사하고 아무런 연관이 없으니 괜히 조사원에게 반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상대적으로 약해 보인다 싶으면 강자의 기질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는데, 참 못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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