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에 특히 좋은 감의 효능, 대봉으로 행복한 겨울나기

대봉

작년 겨울은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대봉을 하나씩 먹었기 때문인지 겨우내 감기는 서너 번밖에 걸리지 않고 나름 건강하게 잘 보냈다. 대봉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단언 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감이 감기를 예방한다며 감의 효능을 소개한 글들이 많지만, 내가 생각하기론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만약 그렇다면 서너 번의 감기도 안 걸렸겠지. 다만, 감에 함유된 성분 가운데 비타민 A인지 C인지가 풍부하다니 감기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일 것 같다.

차라리 감기를 예방하고 싶다면 이 글 ‘감기에 좋은 음식들’이 훨씬 도움이 될 테니 참고하시라. 감기는 이렇게 정리하기로 하고, 오늘은 감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감을 오늘 이야기의 주제로 삼은 이유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밤마다 대봉을 하나씩 먹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베란다 한쪽 서늘한 곳에서 대봉이 익어가고 있는데 살짝 눌러보니 이번 주말부터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음하하~~

알아본 바에 따르면 감의 영양가치는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수분이 다른 과일에 비해 적은 편이면서도 당분이 많기 때문인데, 당분의 대부분이 포도당과 과당이어서 소화흡수가 잘 된다고 하니 가히 식품계의 대표 고열량 식품이라 하겠다.

그밖에 알아본 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감은 지혈작용에도 좋아서 피를 토하거나 뇌일혈 증세가 있는 환자에게 좋다. 지혈뿐 아니라 감에 함유된 타닌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을 해서 순환기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좋은데, 특히 고혈압인 사람에게는 좋은 간식이다.

그리고 감은 술을 마신 후 숙취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매우 좋다. 보통 일반적인 식품은 몸의 어느 곳에서나 산화되지만 알코올은 간에서만 산화된다. 그래서 마신 술의 알코올이 속히 산화되지 못하면 간이 손상되는 것이다.

간의 손상이 오기 전에 알코올을 산화 분해시키는데 도와주는 영양소가 당분으로 비타민C 콜린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감에 충분히 함유되어 있는 성분이다. 홍시를 먹으면 술이 잘 깬다는 말이 그래서 생겼다.

그러나 감을 많이 먹으면 몸이 냉해진다는 말도 있다. 이것은 떫은맛이 나는 타닌은 철분과 잘 결합하기 때문에 빈혈을 일으키기 쉬운데서 유래된 말이다. 빈혈이 있거나 저혈압인 사람은 감을 안 먹는 것이 좋겠다.

타닌은 변비를 부르기도 한다. 숙성시킨 홍시는 괜찮지만 떫은 감을 먹으면 십중팔구 변비로 고생할 가능성이 많으니 각오하고 먹어야 한다. 옛날엔 설사를 멈추려고 일부러 떫은 감을 먹었다.

내가 어렸을 적에 어머니가 외갓집에 간다고 하면 따라붙으려고 기를 썼던 기억이 있다. 외갓집 마당에 오래된 큰 감나무가 있었는데 먹을 것이 귀한 시절이라 하루 종일 산으로 들로 먹을 것을 찾아다니던 때여서 외갓집에 감나무가 있다는 것은 내가 외갓집에 가야 하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했다.

가을이면 외갓집의 처마 밑은 온통 감으로 치장된다. 감은 처마 밑에 주렁주렁 달린 채 곶감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곶감은 외할아버지의 전용간식이라 함부로 먹지 못했다. 우리(나를 포함한 이종사촌들)는 그저 단감을 먹는 정도인데 곶감하나 얻어먹으려고 별 일도 없으면서 외할아버지 방을 무던히도 들락거렸다.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는 그 감나무에 대한 기억은 유난히 감을 좋아하셨던 것으로 보아 나보다 어머니가 더 선명했던 것 같다. 어머니는 돌아가시는 순간에도  감을 손에 쥐고 계셨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를 생각하면 감이 생각나고, 감을 보면 어머니가 떠오른다.

요즘 워낙 몸에 좋은 식품들이 많이 소개되다 보니 효능만으로는 감이 그리 훌륭한 건강식품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나에게 감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해주는 매개체로써 그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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