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리 두물머리에 갔다가 세미원 앞 식당에 들러 연잎밥을 먹었다. 일부러 연잎밥을 먹으려던 것은 아니었고 마침 식사 때여서 근처에 있던 연잎밥 전문 식당에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된 것이다.
내부는 어림잡아 15평쯤, 도로변으로 창이 난 평범한 식당이었다. 좌식이라 신발을 벗고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주변을 살펴보니 연잎에 대한 설명글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연잎밥이 특이하니 연잎밥에 대한 내력을 알아두면 좋겠으나 우선 맛부터 보자고 생각했다. 아무리 몸에 좋더라도 식사로 먹는 음식인데 맛이 없으면 내력을 알아두면 뭣하랴 싶었기 때문이다.
“흠~ 맛있어야 할 텐데”
소박하게 찬이 차려지고 곧이어 연잎밥이 따라 나왔다. 종이로 싼 듯 연잎으로 깔끔하게 포장한 연잎밥이다. 예전 푸줏간에서 사용하던 나뭇결무늬 종이가 생각났다.
찬과 함께 바로 연잎밥이 나오는 것을 보니 이곳에선 손님이 오면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해뒀다가 손님이 오면 살짝 덥혀 나오는 모양이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연잎밥은 연잎에 찹쌀과 대추, 밤 등의 곡식을 넣어 쪄낸 음식이다. 연잎은 항균작용과 방부작용이 뛰어나 더위나 습기로부터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스님들이 수행을 다닐 때 밥을 연잎에 싸서 가지고 다녔다. 전라북도 김제나 충청남도 부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잎밥을 만들 때에는 우선 찹쌀을 물에 2~3시간 정도 불려 준비한다. 함께 곁들일 대추, 밤, 은행, 잣 등과 같은 곡식을 손질한 후, 깨끗이 씻은 연잎에 찹쌀과 곡식을 올리고 포장하듯 말아서 찜통에 30분간 찐다.
연잎은 곡식이 찌어지는 동안 수분 등의 영양소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때문에 음식의 맛을 한결 순하고 부드럽게 한다. 찹쌀의 쫄깃함과 연잎의 은은한 향이 조화로워 현대에는 사찰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연잎은 성인병을 예방하고 노화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항균과 방부 작용이 뛰어나 야외 나들이 음식으로 적합하다.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이와 유사하게 바나나잎에 각종 곡식을 넣어 쪄먹는 ‘바나나잎밥’이 있다.”
라고 인터넷 백과사전이 연잎밥에 대해 알려준다. 식당 여기저기에 붙어 있던 연잎밥에 대한 소개글을 미처 베껴오지 못한 탓에 인터넷의 힘을 빌렸다. 참 편한 세상이다.
연잎밥을 보고 도시락 대용으로 그만이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조상님들도 연잎을 그렇게 활용했던 모양이다.
밥을 찹쌀로 지은 탓에 끈적임이 심해서 숟가락이 아닌 젓가락으로 밥풀을 뜯어내다시피 해서 먹었는데 간이 밍밍한 편이어서 찬이 없으면 목구멍으로 넘기기 힘들 것 같다. 싱겁게 먹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맛이다.
예전에 고백한 적이 있지만 난 입이 짧아 이것저것 찬을 많이 먹는 편이 아니다. 다른 반찬들은 육안으로 감별한 결과 입에 전혀 맞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어 여러 반찬 중에서 고추장아찌를 집중적으로 먹었다.
연잎밥과 고추장아찌만으로 식사를 끝내고 상을 보니 다른 반찬들이 깨끗하다. 주인에게 “이 찬들 전혀 손대지 않은 것입니다”라고 얘기해주고 싶었으나 그러면 재활용하라고 종용하는 것 같아 참았다. 나 잘했? ㅋ
한 끼에 만원. 워낙 미친 물가이다 보니 이 가격이 싼 건지 비싼 건지 모르겠다. 어쩌다 먹는 별미니 그 돈 주고 먹었지 매번 사먹어야 한다면 망설여질 가격이다.
양수리 두물머리 다녀 온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했더니 이곳의 연잎밥이 유명했던지 절친이자 덕구일보의 강력한 지지자 가운데 한분이 세미원엔 들렀는지, 연잎밥은 먹어봤는지를 물어본다. 나보다 먼저 다녀갔던 것이 틀림없다.
“저, 세미원에 들렀고, 연잎밥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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