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들기 전에 – S. J. 왓슨

내가 잠들기 전에
영화로 만들어진 ‘내가 잠들기 전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자가 있다. 그리고 그 여자를 지극히 보살피는 남편이 있다. 여자는 매일 기억을 잃어버렸기에 아침에 눈만 뜨면 남편을 기억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기억을 저장하는 장치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여자는 기억을 저장하는 회로에 문제가 있다. 달리 표현하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드디스크에 연결된 케이블에 문제가 있는 셈이다.

남편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남편을 경계한다. 자신의 기억에 문제가 있으니 일기를 적어두라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열심히 일기를 적었던 여자가 “벤(남편)을 조심하라”는 문구가 일기장에 씌어있는 것을 본 까닭이다.

나는 시작 부분을 읽으며 책의 성공을 점쳤다. “이 책은 많이 팔렸겠구나!” 하긴 많이 팔렸으니 국내까지 들어왔겠지. 일단 책의 줄거리 소개는 여기에서 패스! 궁금하면 인터넷의 도움을 받으면 될 터이다.

책 제목은 『내가 잠들기 전에』 이고, 저자는 S. J. 왓슨이다. 2011년 발표되었는데 저자는 이 책 한권으로 스타 작가가 되었다. 오랜 무명생활을 하며 글을 써왔던 왓슨은 데뷔작인 ‘내가 잠들기 전에’로 한방에 무명의 설움을 날려버렸으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발표 된지 오래된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 글이 광고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소개되는 책들도 출간한지 오래된 것들 가운데 괜찮은 것들만 추려서 소개할 예정이다.

그럼 본론으로. 이런 추리물의 경우 결말을 예상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 역시 그러한 재미를 마다하지 않아 나름대로 추리를 해보곤 하는데 웬만하면 짐작대로 결론이 난다. 내가 잠들기 전에를 읽으면서도 예의 그러한 습관은 발동되었고, 난 별 어려움 없이 범인을 지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뒤통수 맞았다. 반만 맞췄다. 왜 그런지 역시 패스. 스릴러물이라 결말을 밝혀버리면 책을 읽는 재미가 반감된다.

저자는 책의 집필을 계획했을 때 실제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어느 여자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했다. 글 쓰는 사람이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나 심지어 사진을 찍는 사람까지도, 창작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경우 매사 자신이 하는 일과 연관 지어 생각하고 구상하는 듯하다. 일반 사람들 같으면 가볍게 넘길만한 일도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다.

일부러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지는 못하겠다. 그냥 시간이 남아 어떻게 보낼까 궁리 중이라면 읽어봐도 좋겠다. 대체로 스토리가 같다면 영화보다는 책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이번만큼은 영화가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단편 혹은 중편 정도가 적당할 스토리로 장편으로 엮어 내다니 저자의 글쓰기 실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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