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앤드루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The Traveler’s Gift)

위대한 행동은 그 향훈을 뒤에 남긴다. 위대함의 들판에는 그 여운이 계속 머무른다. 형태는 바뀌거나 지나가고 신체는 썩어 없어지지만 정신은 계속 머무르면서 영혼의 신성한 자리를 빛내어준다. 아주 여러 세대 전에 살아서 우리가 알지 못하고, 또 우리를 알지 못하는 위대한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깊이 생각하며 인생의 심오한 꿈을 꾼다. 그리하여 그 비전의 힘이 그들이 알지 못하는 후대 사람의 영혼 속으로 흘러든다.

-조슈아 로런스 체임벌린(1828~1914)

20년째 연봉이 동결되고 있는 한 신문사에서 기자로 근무하는 친구 J와 자주 통화한다. ‘감기 빨리 낫는 법! 감기에 좋은 음식들’에 나왔던 그 J이다. 그는 요즘 통 잠을 자지 못한다고 한다. 회사 운영이 어려워져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이란다.

J는 지난밤에도 전화를 해서 자신의 신세를 하소연 했는데 사정이 생각보다 많이 안 좋은가 보다. 그저 들어주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안타까웠다. 그의 심란함이 나에게 전이되었는지 괜히 울적해졌다. 나도 못 자는데······.

그러고 보니 주변에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내가 보기엔 전혀 힘든 상황이 아닌데 힘들다고 하니 힘든가 보다 한다. 내가 경험하기로 정작 힘든 사람은 힘들다는 말도 못한다. 힘들다고 말 할 수 있다면 그나마 그 사람은 복이 있는 사람이다. 들어주는 사람이라도 있으니.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해요. 정원사 아저씨도 가난하고, 주방 아줌마도 가난하고, 별장 할아버지도 가난하고, 기사 아저씨도 가난해요······

J처럼 힘들어서 잠도 못자는, 정말 힘든 사람에게 힘을 주는 말이 없을까를 생각하다 책표지가 강렬했던 앤디 앤드루스의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떠올렸다. 이 책은 ‘데이비드 폰더’라는 한 중년 가장이 만 하루 동안 겪은 환상여행을 감동적인 필치로 그려낸 일종의 자기개발서 같은 소설이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는 이런 표지로도 나왔다.

“실직, 쌓여 있는 빚, 딸의 수술 등으로 곤경에 처한 46살 가장 폰더 씨는 우연한 사고로 인해 역사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데, 폰더 씨는 환상여행에서 7명의 역사적 인물-트루먼 대통령, 안네 프랑크, 체임벌린 대령, 콜럼버스 등-을 차례로 만나게 되고, 이들에게서 ‘성공적인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관한 소중한 메시지 7가지를 선물로 받고서 환상에서 깨어난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는 담고 있는 메시지나 플롯(plot)이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과 흡사해서 술술 잘 읽힌다. 뭔가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은 재미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공적이다.

“가만있자, 내 이름으로 생명보험 들어놓은 거 있지? 차라리 내가 사라져준다면 아내와 딸애는 더 행복하지 않을까? 나라는 인간은 아예 없어지는 게 세상을 위해서도 더 좋지 않을까?”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철물 가게에서도 해고를 당하자 데이비드는 가족에게 생명보험금을 남겨줄 생각으로 자동차 사고를 내면서 환상세계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가 사고 직전 뱉었던 말이 “왜 하필이면 나란 말입니까?”였다.

‘왜 하필 나란 말인가’라는 말은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어쩌다 뱉는 말이기도 한데 폰더 씨가 환상 속에서 처음 만났던 트루먼 대통령은 폰더 씨에게  “왜 자네면 안 된다는 거지?”라고 되묻는다. 뜨끔~ ^^;

폰더 씨는 트루먼과의 만남에서 “나에게는 안 된다는 법이 있나?”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데이비드 폰더는 트루먼과의 만남 이후 차례로 솔로몬, 체임버린, 콜럼버스, 안네 프랑크, 링컨, 가브리엘을 만나고 그들로부터 성공을 위한 메시지가 적힌 쪽지 7개를 받는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폰더 씨는 환상 속에서 만났던 위대한 사람들에게서 각각 쪽지를 받아 이렇게 메모를 했다.

폰더 씨가 받았던 쪽지들은 각 챕터마다 삽입되어 있는데 아마 저자인 앤디 앤드루스가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일 것이다. 이미지 속의 내용은 폰더 씨가 각 쪽지들을 핵심만 메모한 것으로써 텍스트로 변환하면 다음과 같다.

▲공은 여기서 멈춘다. 나는 나의 과거와 미래에 대하여 총체적인 책임을 진다. ▲나는 지혜를 찾아 나서겠다. 나는 남들에게 봉사하는 사람이 되겠다. ▲나는 행동하는 사람이다. 나는 이 순간을 잡는다. 지금을 선택한다. ▲나는 단호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었다.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을 선택하겠다. 나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나는 매일 용서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맞이하겠다.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하겠다.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물러서지 않겠다. 나는 커다란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각 쪽지에는 부연 설명과 함께 좀 더 길게 나와 있지만 폰더 씨가 취합한 메모가 메시지의 핵심이다. 책 읽기를 싫어한다면 이 부분만 읽어도 되겠지만 스토리를 모르고서는 재미도 없고 뭐가 뭔지 헷갈릴 수 있다. 그러니 제대로 이해하려면 책으로 읽어야 한다.

어느덧 겨울이다. 겨울의 아침은 늘 차갑고 서늘하게 동터온다. 데이비드는 겨울을 제일 싫어한다. 채찍 같은 바람, 온몸을 얼리는 영하의 날씨, 이런 모든 것이 거대한 창칼이 되어 데이비드의 몸을 사정없이 찔러대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또는 J처럼 겨울나기가 두려운 이들에게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권한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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