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똑~”
속초에 사는 친구에게서 사진 한 장이 왔습니다.
“좋지?”
사진이 좋다는 건지, 지금 내 형편이 좋으냐고 묻는 건지 애매한 “좋지?”라는 두 글자와 함께 보내온 사진. 저는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뭘 찍은 건지 모르겠는데 왠지 마음이 가는 사진이었습니다.
사실 사진인지 그림인지조차 명확히 구별이 안 되는 사진 한 장을 보고 있는데 불현듯 사진의 제목으로 어울릴 만한 생각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있는 것들’
“버스타고 서울에서 속초 내려오는 길에 안개가 멋있어서 찍어 본거야. 흐리고 안개비가 오는 미시령. 여기는 왜 가끔씩 멋있을 때가 많잖아.”
“무얼 찍은 거야?”하고 묻는 내게 친구가 전화로 해준 답입니다.
“먼저 간 친구가 양평 무궁화공원에 있거든, 청하를 좋아했던 친구라 한 병 주고 왔지. 오는 길에 안개 낀 미시령이 눈에 들어오더군.”
친구의 말을 듣고 다시 사진을 보니, 보고 싶은 것들이 사진 안에 있더군요.
보이지 않아도 있는 것들.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것들.
보이지 않아도 있고,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것 중에는 사랑도 있습니다. ‘사랑’ 이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달콤해요”하는 말과 함께 달뜬 표정을 짓는 당신은 지금 사랑에 빠져 있군요.
“아파요”하는 말이 먼저 나오고 명치끝이 쩌릿쩌릿 시리게 저려오는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분이시네요.
매일 매일 꽃길을 걷는 분도 있을 거고, 실연의 아픔으로 죽고 싶다 생각하시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Love is merely madness”
“사랑은 미친 짓이다”
셰익스피어가 한 말입니다. 사랑에 빠졌기때문에 미친 것일까요, 미쳤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 것일까요?
굳이 셰익스피어의 말이 아니더라도 사랑을 하게 되면 시작점부터 끝점까지 솜사탕처럼 달달하고 초콜릿처럼 달콤하기만 하면 참 좋을 텐데, 이 사랑이란 것이 그리 만만치가 않습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달콤함 뒤에는 레몬처럼 시기도 하고, 명약처럼 쓰기도 하니, 사랑하고 있다고 그저 맥 놓고 좋아만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보이지 않아도 있고,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사랑.
설레고 좋은 만큼 아픔도 고통도 큰 사랑. 이 세상에 거저 얻는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랑, 그놈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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