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본부 M본부 S본부? 방송국을 본부라 부르는 사람들

K본부 M본부

TV에서 간혹 K본부가 어쩌고 M본부가 어쩌고 하는 출연자를 본다. 이야기의 앞뒤 맥락을 맞춰보면 KBS나 MBC를 뜻하는 말이다. KBS, MBC, SBS라고 하면 될 것을 무슨 기관의 요원처럼 일부러 암호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방송사에서 한때  출연자들이 타방송사를 입에 담는 것을 금지했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그랬었다고 하는데, 만약 그랬다면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괜히 타방송사의 프로그램을 거론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다 보니 방송 출연자들이 이야기를 하다 타방송사 프로그램을 거론해야할 때가 있으면 이를 우회적으로 표현했고, 그 가운데 하나가 K본부, M본부, S본부라는 표현이다. 예능프로에 출연하는 예능인(?)들이 먼저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이 역병(疫病)처럼 널리 퍼졌다. 그렇잖아도 교양프로보다 예능프로가 많아 대한민국의 앞날이 걱정되던 차였다.

군자방미연(君子防未然)
불처혐의간(不處嫌疑間)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正冠)

군자는 미연에 방지하고
의심받을 곳에 있지 말고
외밭에선 신발을 고쳐 신지 않고
오얏나무 밑에선 갓을 고쳐 매지 않는다

중국 양(梁)나라의 소명태자(昭明太子) 소통(瀟統)이 시문을 모아 엮은 문선(文選) 고악부편(古樂府扁)의 ‘군자행(君子行)’에 나오는 문장이다. 흔한 문장이라 출전(出典)까지는 몰랐더라도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다.

문제는 아는 것과 아는 것을 행하는 것은 별개라는 것. 몰랐으면 모르되 알고도 실천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일전의 ‘노조이야기-kbs와 mbc를 중심으로’라는 글에서 우리나라에는 거대한 두 개의 노동자 단체가 있고, 그 중 하나인 민주노총에는 ‘전국언론노조’가 가입되어 있는데, 전국언론노조는 3개 본부, 100개 지부, 29개 분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면서, 3개 본부는 KBS, MBC, SBS 방송3사의 노조라고 말한바 있다.

미리 말하면 난 민주노총이라는 노동자단체를 사회 암(癌)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부러 말을 지어내어 억지로 비판하거나 혐오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거론하는 것은 방송 출연자가 K본부, M본부, S본부라는 말을 입에 담으니 민주노총 노조원이 방송에 나와서 예능을 하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뭐, 방송에서 K본부, M본부, S본부라고 칭한다고 해서 ‘민주노총’이나 ‘전국언론노조’에 딱히 이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또 본부타령을 하는 사람들이 민주노총 노조원이라 생각하지도 않지만, 득실여부를 떠나 특정단체를 연상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분명 반칙이다.

외밭에선 신발을 고쳐 신지 않고 오얏나무 밑에선 갓을 고쳐 매지 않아야한다. 어쩌면 해당 발언자가 노조원일 수도 있고 노조원과 친한 사이일 수는 있겠으나 그런 이유로 본부타령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마 겉멋에 겨워 아무 생각 없이 뱉는 의미 없는 말일 터이다. 본부라고 말하면 좀 전문적이고 멋있어 보일까 싶어서 그랬을 것 같기도 하지만 나의 생각으론 그렇지는 않고, 그저 ‘생각 없이 뱉는’ 쪽이지 않나 싶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해 그 한이 맺혀 도적이 된 홍길동도 생부 홍상직이 호부호형(呼父呼兄)을 허(許)하자 쌓인 한을 풀고 율도국으로 물러났거니와 타 방송사를 거론하면 안 된다는 족쇄가 풀린 지 오래되었으니 이제 정신을 차리자. 이만하면 정신 차릴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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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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