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화 인턴 이야기를 하게 될지 몰랐다. 인턴은 오래전에 보고 최근에 또 보고 여러 번 봤지만 딱히 언급할 생각을 못했던, 앤 해서웨이와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하고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각본까지 썼던 영화이다.
영화 인턴은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킨 여성CEO가 65세 이상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턴프로그램에 70세의 인턴이 들어와 도움을 준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영화의 작품성 등은 놔두고 핵심 키워드인 시니어 인턴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춰보면 감독 겸 각본을 썼던 낸시 마이어스가 하고 싶었던 말이 ‘노인의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다.
시니어 인턴 벤 휘태커는 자신이 새롭게 입사한 인터넷 의류 업체 About the Fit에서 CEO인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의 개인 인턴으로 배정받아 노인 특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해주게 되고,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하는 줄스는 결국 회사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정을 하게 된다.
인턴과 같은 영화의 장르가 어떻게 되는지 전문가가 아니어서 모르겠으나 코미디영화라 하기엔 그다지 코믹스럽진 않고, 휴먼영화라고 하기엔 그리 휴먼스럽지도 않다. 그냥 따뜻한 영화정도?
영화 인턴을 오늘 이야기의 소재로 삼은 이유는 최근에 읽었던 어느 매체의 기사 때문이다. 어느 매체였는지는 머릿속 깜빡이가 작동해서 잊어버렸지만 내용은 기억하고 있는데, 왜 노인들의 일자리는 아파트 경비원 같은 것 밖에 없는가 하는 것이었다.
일을 할 수밖에 없는 노인들의 어려운 실상과 그런 노인들의 일자리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그 기사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인턴을 떠올렸다. 아마 영화 인턴을 본 사람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난 2015년 유엔은 인류의 평균수명을 고려해 인간의 생애주기를 새롭게 나눴다. 0~17세는 미성년자, 18~65세 청년, 66~79세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으로 분류한 것이다.
직업별로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우리 법에 규정한 정년퇴직 나이는 만60세이다. 유엔이 분류한 생애주기에 따르면 청년기에 은퇴를 하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정년퇴직한 나이든 청년들이 재취업을 위해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소개받는 일이라야 위에 말한 기사처럼 경비원이나 건물청소와 같이 그동안 전혀 해보지 않았던 일 뿐이다.
“노인의 경험은 억만금을 주고도 못 산다”는 말이 예전엔 있었는데 지금도 그대로 있는지 모르겠다. ‘꼰대’니 ‘틀딱’이니 하는 노인을 폄하하는 말이 유행하고, “나이 60이 넘으면 뇌가 썩는다.”거나, “60세 넘은 사람은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보니 아마 지금은 그런 말이 없지 싶다.
살기 힘든 세상이다.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소식들을 이리저리 모자이크해보면 그런 결론이 나온다. 실업률이 상승하는데다 물가마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니 홈즈는 아니어도 그 정도는 추측할 수 있다.
인생의 거친 풍랑을 겪었던 중년(유엔 생애주기에 따른)들의 풍부한 경험이 재활용되면 사회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특히 스타트업 컴퍼니들은 줄스의 About the Fit에서 실시한 시니어인턴 프로그램을 참고하면 좋을듯하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우습게보면 안 된다. 그들의 경험과 손맛은 여전히 풍부하고 맵다. 또한 중년의 인맥은 그 줄기가 산맥과 같다. 다만 자리가 없을 뿐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아시겠지?
인생은 금방이고, 중년기니 노년기니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겪어야 하는 생애주기의 일부일 뿐이다. 실버 인턴프로그램은 노령화 시대에 노인문제와 스타트업 컴퍼니의 경험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같이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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