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국가는 애국가이고, 수도는 서울이다. 그런데 내가 어릴 때는 국가(國歌)나 수도라는 말 대신 애국가와 서울이란 말을 대신 사용했었다. 미국의 서울은 워싱턴, 영국의 서울은 런던, 프랑스의 서울은 파리···
즉, “대한민국의 애국가는 애국가이고, 서울은 서울이다”라고 배운 것이다. 나만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난 선생님께 그렇게 배웠다.
애국가나 서울이라는 고유명사가 보통명사처럼 사용된 경우인데 그 때문에 나는 우리나라가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대단하면 애국가 제목이 애국가이고, 서울 이름이 서울이겠냐고 생각한 탓이다.
선생님께서는 어린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좀 쉽게 이해시키시려 그랬을 테지만 어린 마음에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어차피 자라면서 고유명사 보통명사 하는 오류는 수정될 테니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수도의 경우도 예전에 서울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까 말까 몇 번 말이 나온 적이 있었으니 필요하다면 다시 말이 나올 것이 분명하니 그 또한 별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데, 애국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으니 그 점은 아쉽다.
태극기가 패션아이템으로 사용되는 요즘, ‘느리고 장중하게’만 불러야 하는 애국가가 우리의 국가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 뜬금없는 생각일까? 만약 피아노 반주에도 기타반주에도 독창도 합창도 모두 어울리는 멋진 노래가 있다면 애국가를 다른 곡으로 바꾸는 것도 좋지 않을까?
‘내 나라 내 겨레’가 신통한 것은, 기타 반주나 피아노 반주에도 쉽게 부를 수 있고, 독창도 합창도 모두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뭔가 힘을 주는 리듬과 함께 가사 또한 우리 역사를 잘 나타내고 있어 애국가를 대체하기엔 딱 좋다.
위 곡은 기타 반주에 송창식이 직접 부른 것으로 송창식의 힘찬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 이 곡과 달리 가사를 쓴 김민기 버전도 있는데 들어보면 알겠지만 그 곡은 슬픈 감정이 들 만큼 차분하게 들린다. 송창식처럼 힘차게 부를 수도 있고, 김민기처럼 조용하게 부를 수도 있는 곡이 ‘내 나라 내 겨레’이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 있는 합창곡 버전이다. 다른 합창곡도 찾아보면 많은데 합창단에 따라 제각각 다른 느낌을 준다. 성악가가 불러도 일반인이 불러도 모두 어울리는 ‘내 나라 내 겨레’이다.
턱시도를 입고 불러도 좋고, 청바지를 입고 불러도 좋은 ‘내 나라 내 겨레’가 항상 느리고 장중하게 불러야 하는 애국가보다 더 낫지 않은가?
혹시 애국가를 바꾸자는 주장이 나온다면 틀림없이 거론될듯하여 덧붙이는데,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애국가 대체곡으로 부족함이 많다.
곡은 힘있고 나쁘지 않지만 가사가 우리나라 전체 역사를 아우르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일부만 표현하고 있는데, 결정적으로 ‘동해’가 빠져 있어 애국가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 ‘임을 위한 행진곡’은 뭔가에 저항하거나 투쟁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저항곡으로는 최고다. 앞으로도 투쟁할 일이 많지 않겠나.
그저 국가(國歌)는 ‘내 나라 내 겨레’처럼 우리의 역사를 잘 표현하면서 희망을 심어주는 내용이 좋다. 노래를 부르면 기분좋은 박동을 느낄 수 있는 ‘내 나라 내 겨레’ 우리의 국가로 강추다.
- 듕국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면 - 2021-09-25
- 작품성이 엿보였던 영화 자산어보 - 2021-09-24
-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 - 2021-09-12
덕구일보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출처를 밝히고 링크하는 조건으로 기사의 일부를 이용할 수 있으나, 무단전재 및 각색 후 (재)배포는 금합니다. 아래 공유버튼을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