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일¹ 작가의 실명소설 올인, 바둑소설로는 조세래의 ‘승부’이후 두 번째 리뷰 작이다. 그전에 먼저 살펴봐야할 것은 이 작품을 소설로 볼 수 있느냐 하는 점과 만약 소설이라고 한다면 ‘올인’이 과연 바둑소설이 맞느냐 하는 점이다.
이 두 점은 내가 이 작품을 읽고서도 재까닥 독후활동을 못하게 만든 부분이기도 하다. 우선 소설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부분에 대한 답은 저자인 노승일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밝힌 부분을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 이야기가 소설의 형식에 결박당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가 관철동²에서 만났던 사람들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사람이 차민수였다. 그의 지나온 역정이 정말로 파란만장하고도 교훈적이어서, 위인이나 영웅을 만나보지 못해 ‘어떻게 사는 것이 최고의 성취도를 기약할 수 있나요?’라는 의문을 풀 길 없어하는 사람들에게 ‘이 사람’이라고 보여주고 싶은 충동 하나로 나는 쓰기 시작했다.
거듭 말하거니와 나는 소설적 제약, 즉 3인칭이면 3인칭, 1인칭이면 1인칭 등에 대해 자유스러워지고자 한다. 몇 년 동안 정성껏 취재를 했으나 그의 지난 역정을 샅샅이 현실 그대로 묘사하기에는 조사량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본인(차민수)이 현역 도박인으로, 또 바둑인으로 일선에서 뛰고 있는 관계로 실명화·현장화에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어떤 부분은 소설이기 전에 인물론이나 감상문으로 변질되기도 할 것이다. (이하생략)”
아마도 노승일 작가는 나처럼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 듯하다. 정말 ‘올인’은 위인전 같기도 한데 아니나 다를까 이순신, 세종대왕, 정약용,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강감찬, 이성계, 정몽주, 성삼문, 이퇴계, 이율곡, 김홍도, 김정희, 김옥균, 손병희, 안창호 등 우리나라 위인들을 열거한 것으로 부족해서 슈바이처, 톨스토이, 페스탈로치, 간디, 베토벤, 알랭 등 외국의 위인들까지 들먹이며 그들에 대해 외경심은 있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고약한 말을 덧붙이고는 ‘위인의 특질’ 7가지를 나열하기도 했다. 결론만 말하면 차민수가 이들 위인보다 더 뛰어난 위인이라는 거다.
하여간 이 작품이 픽션이냐 논픽션이냐, 즉 소설인가 아닌가에 대한 헷갈림은 작가가 “소설이기 전에 인물론이나 감상문으로 변질되기도 할 것”이라 우려하면서도 이 작품이 소설임을 분명히 했고, 이 작품을 출간한 들녘에서 ‘실명소설’이라고 떡하니 표지에 명시해놓았으므로 그냥 소설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두 번째 이 작품이 바둑소설이 맞는가 하는 점인데, 이는 독자의 성향에 따라 판단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비율로 정확히 따져보지는 않았으나 포커에 대한 내용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고, 차민수라는 이름이 알려지는 데는 그가 프로 도박사라는 부분이 한몫을 차지하였을 것이기 때문에 바둑소설이라고 선뜻 정의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프로 도박사인데 알고 보니 한국기원 소속의 바둑기사였다더라’정도로 알고 있던 독자라면 이 작품을 도박이야기 정도로 이해할 것이고, 그가 90년에 열렸던 제3회 후지쯔배에서 미국대표로 출전해 일본대표였던 조치훈 9단을 꺾었던 사실을 아는 애기가(愛棋家)라면 나처럼 별 고민 없이 바둑소설로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말한바 대로 이 작품은 차민수라는 실존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그의 삶이 워낙 소설 같은지라 삶의 궤적을 그대로 책으로 옮겨놓으면 한편의 훌륭한 작품이 된다. 더욱이 ‘올인’의 경우 차민수에 대한 애정이 깊은 노승일 작가가 집필했으니 그 내용이 어떠하리란 것은 능히 짐작이 된다.
차민수의 어린 시절부터 바둑에 입문하게 된 사연과 파란만장한 미국에서의 생활, 포커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이 ‘올인’ 이 한 작품에 모두 담겨있다. 그러면서도 알게 모르게 그가 바둑계에 끼친 영향과 이름만 대면 알만한 쟁쟁한 바둑기사들과의 교류에서 바둑에 대한 애정도 엿볼 수 있었다.
사나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정말 사나이 중의 사나이가 차민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작품을 읽으면서 해봤다. 그의 기질이 통하는 시절이었으니 망정이지 요즘 같으면 어림도 없다.
노승일의 실명소설 올인,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지 싶어 출간한 지 오래되었지만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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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승일: 월간 ‘바둑’ 출신의 바둑 전문기자 겸 작가로, 최순실 거시기 노승일과는 동명이인이다.
2. 관철동: 1994년 본원회관을 홍익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한국기원이 있었던 곳. 충무로가 영화의 대명사이듯 관철동은 바둑의 역사가 숨 쉬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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