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어쩌면 매 여름마다 같은 더위인데 그때마다 유난히 덥다고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여간 더위가 이렇게 기승을 부리니 초복은 어떻게 보냈지만 중복이나 말복은 또 어떻게 보내나.
밖으로 나가면 극심한 더위에 숨이 턱~ 막힌다. 집안에 있어도 마찬가지다. 더위를 식힐 수만 있다면 냉장고 속이라도 들어가고 싶다. 아닌게 아니라 어제 저녁에는 냉장고 문을 열고 냉장고에서 나오는 냉기에 몸을 식혀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러면 안 되지 싶어 옷을 가볍게 걸치고 밖으로 나와 서성이다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보냈다.
이러한 더위에는 뭐니 뭐니 해도 삼계탕이 최고다. 아는 것이 삼계탕밖에 없어 그렇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나의 생각으론 삼계탕이 최고인 것 같다. 이달 초에 회사 직원과 삼계탕을 먹으러 갔는데 한 그릇 먹고 나니 속이 시원한 것이 몸이 더위에서 잠시나마 해방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더 굳어졌다.
본디 나는 고기를 즐겨 먹지는 않지만 작년에 열흘 동안 저녁 식사로 줄곧 삼계탕을 먹은 적이 있었다. 삼계탕을 여름 보양식으로 먹어보긴 그때가 처음이었다. 통닭만 먹다가 삼계탕을 먹어보니 고기는 고기대로 맛있고, 국물은 국물대로 속을 시원하게 풀어 주는 것이 참 좋았다.
열흘 내내 삼계탕을 먹었더니 온몸에서 닭 냄새가 풍기는지라 더 이상 먹지 못하고 먹는 것을 멈추었다. 작년엔 그렇게 삼계탕 파티를 했고, 올해도 그럭저럭 몇 차례 삼계탕 맛을 볼 수 있었다.
며칠 전 오후에 근무하다가 ‘초복’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나야 그런대로 삼계탕을 먹고 다녔지만, 교육문제를 핑계 삼아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학구열에 분투하시는 마나님과 아이들은 어떤가 싶어 아내에게 전화를 하였다.
“어디 더운데 밥은 잘 먹고 다니시나?”
“점심도 못 먹고 누웠다가 나와서 일하고 있어요.”
나는 깜짝 놀랐다. 얼마 전 집을 옮겨야 하는데 돈이 부족하다는 아내에게 “나는 돈 없으니 정 힘들면 집으로 돌아오시게”라고 말해주었었는데, “점심도 못 먹고 나와서 일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저녁에 아들들과 어디 가서 삼계탕이나 사먹으라”고 하였더니, “나 돈이 없어요”라고 한다. 어려운 사정을 아는지라 그러면 내가 돈을 부쳐줄 테니 삼계탕이라도 같이 사먹으라고 하고 은행에 가서 돈을 부쳐주었다.
이런 날씨에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밖에 나가 아이들과 고생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더운 것 같다. 내 마음도 더 덥다. 아마 아내도 하루일과를 끝마치고 나면 나만큼이나 덥겠지? 날이 더운 것보다 삶이 더 더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꿈에서라도 온 가족이 모여 뜨거운 삼계탕 파티 하는 꿈이나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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