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지냅니까? 몇 시에 지냅니까?
요즘은 저녁 무렵에 제사를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딱히 나무랄 일은 아닙니다만 저녁에 지내다보면 자칫 하루차이로 제사 날짜가 잘못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돌아가신 날의 전날이 제사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돌아가신 날 지내야 한다는 분도 있죠. 그 말도 맞는 말입니다. 문제는 제사를 지내는 시간입니다.
어느 시간대에 제사를 지내느냐에 따라 돌아가신 전날이 맞을 수도 있고, 당일이 맞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제사란 것이 옛날부터 내려온 풍습이니 조상님들이 제사를 어떻게 지냈는지 알아보면 정확히 알 수 있을 테지요.
우리 조상님들은 하루를 시작하는 시각에 제사를 지냈습니다. 옛날에는 하루를 24시간이 아니라,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 이렇게 열둘로 나누었습니다.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라고 4개씩 끊어서 외우면 쉽죠. 이 열둘을 십이지지라고 합니다.
자시(子時)는 십이지지의 첫째 시입니다. 하루의 시작은 자시부터 시작되지요. 요즘시간으로 밤11시에서 오전1시에 해당하는데 바로 제사를 지내야 하는 시각입니다. 그러니까 제사는 자시인 밤11시에서 오전1시 사이에 지내는 겁니다.
오전 1시를 넘기더라도 새벽닭이 울기 전까지는 괜찮습니다만, 대신 제삿밥을 먹으러 왔던 귀신이 저승으로 돌아가려면 좀 바쁘겠지요.
이제 제사를 지내는 정확한 시간은 알았습니다. 그러면 “돌아가신 전날 지내야한다” 아니면 “돌아가신 날 지내야한다”는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6월 27일 돌아가셨다면 음력으로 5월 14일이 됩니다. 이날이 제삿날입니다. 기일이라 하고 이때 지내는 제사를 기제사라고 하죠.
제사 준비를 26일에 했다가 밤 11시 이후에 지내면 됩니다. 제사를 12시 이전에 지내면 돌아가신 ‘전날’이 되는 거고, 12시 넘어서 지내면 ‘당일’이 되는 겁니다. 살아 있는 사람은 12시를 기준으로 하루가 바뀌지만 귀신은 11시를 기준으로 하루가 바뀝니다. 바로 자시 때문이죠. 자시가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니까요.
현대인의 생활패턴을 감안하여 초저녁에 지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전날이 아닌 당일 저녁에 제사를 지내야 합니다. 자칫 실수를 범하기 쉽습니다. 전날 저녁에 제사를 지내게 되면 살아 있는 날 제사를 지내는 셈입니다. 제사는 차라리 시간을 늦추면 몰라도 미리 지내는 것은 잘못입니다.
제사라는 풍습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몰라도 이왕 제사를 지낸다면 제대로 된 시각에 지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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