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씨가 사는 동네에는 아주 큰 마트가 있고, 중간 크기의 마트도 서너 개있다. 그리고 슈퍼보다는 크지만 마트라 하기엔 애매한 규모의 마트도 몇 군데 있다. 아무래도 큰 마트가 물건이 많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지만 Y씨는 집과 가깝다는 이유로 작은 축에 속하는 L마트를 자주 이용한다.
L마트는 큰 도로를 끼고 있지 않지만 주변에 큰 단지의 아파트가 몇 개 있어 단골로 출입하는 고객이 많은 편이다.
L마트는 다른 마트와 달리 할인행사를 상시로 한다. 다른 마트는 ‘수목돌풍’이나 ‘미친데이’ 와 같이 날을 정해놓고 할인을 하는데, L마트는 제품별로 할인된 가격을 붙여놓고 판매를 하고 있다.
어느 날, Y씨는 만원이 훌쩍 넘을 것 같은 냉동고기가 랩에 싸여진 채 2,000원 팻말이 붙어 있는 판매대에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설령 썩은 고기라 해도 사야할 것 같은데…” Y씨는 냉동고기와 함께 몇 개의 물건을 더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갔다.
Y씨는 카드로 금액을 지불하고 나서면서 계산서를 보다가 뭔가 잘못된 점을 발견했다. 2,000원 이어야할 냉동고기가 12,000원으로 계산되어 있었다. 그래서 계산대로 가서 이야길 하니까 계산하는 여직원은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다른 남자직원을 불러 물어보고…
그렇게 ‘모른다’ 릴레이가 이어지다가 점장급 되는 직원이 결론을 내렸다. 그 냉동고기는 어떤 직원이 실수로 엉뚱한 곳에 놓아 두었다고. 그러니 냉동고기는 12,000원이 맞다고 했다. 그럼 앞서 냉동고기 사갔던 사람은 뭐지? 결국 그들은 제 금액 주고 샀는데 기분만으로 이천에 사간 것이 되는 건가?
그다음부터 Y씨는 L마트에 들러 물건을 구매하면 꼭 계산서를 꼼꼼히 보는 버릇을 들였다. 그랬더니 냉동고기와 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판매대에 적힌 금액과 실제 계산하는 금액이 다른 경우가 갈 때마다 있었다. 실수란 한번 많이 봐줘서 두 번이지 빈번하면 그것은 이미 실수가 아니고 실력이다. 꼼수로 매출을 올리는 실력.
그래서 작정하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하여 좀 싼 물건을 사서 계산을 했다. 직원이 실수로 잘못 뒀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아예 상품명이 할인된 금액으로 표기되어 있는 제품을 골라 계산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분명히 ABC초콜릿 2,980원 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계산서엔 3,200원으로 찍혀있었다.
그래서 금액이 잘못된 것 같다고 직원에게 이야길 하자 이번엔 바코드 작업을 미처 못 했다고 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아무래도 일부러 그렇게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Y씨는 일반 주부들이 계산서를 꼼꼼하게 하나하나 살펴보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L마트가 매출을 올리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상의 이야기는 Y씨로부터 제보를 받고 Y씨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주변에 이러한 나쁜 마트가 있을 수도 있으니 항상 계산을 하면 계산서 내역을 꼼꼼히 살펴보기 바란다.
- 듕국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면 - 2021-09-25
- 작품성이 엿보였던 영화 자산어보 - 2021-09-24
-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 - 2021-09-12
덕구일보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출처를 밝히고 링크하는 조건으로 기사의 일부를 이용할 수 있으나, 무단전재 및 각색 후 (재)배포는 금합니다. 아래 공유버튼을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