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서관을 좋아한다. 어쩌다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나의 발걸음은 어김없이 도서관으로 향한다. 도서관 가는 길은 소풍가는 어린아이처럼 즐겁고 발걸음도 경쾌하다. 가는 길이 즐겁다보니 주변에 보이는 것들 모두 상큼하게 보인다.
도서관 가는 길. 사람들이 산책로라 부르는 그 길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널려있다. 산책로 가운데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 밑에는 행상을 하는 아주머니들이 있고, 길가에는 유명 시인들의 시가 일정한 간격으로 전시되어 있다.
한참을 앞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이유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 강아지와 산책 중인 아가씨, 니은자로 만든 팔을 앞뒤로 열심히 흔들며 운동 중인 아주머니······.
도서관은 그 너머 산책로 끝에 자리 잡고 있다. 도서관 못미처 산책로 끝자락에는 주변 나무보다 키가 작은 나무가 한그루 서 있다. 거의 매일 보면서도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나무들 가운데 볼품없는 자태로 우리를 지켜보던 20년생 나무. 연리지다.
연리지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서 결이 통한 것.
사이가 화목한 부부 또는 남녀를 가리키는 말.
연리지의 사전적 의미이다.
뿌리쪽이 붙어 있으면 연리근(連理根)이고, 나뭇가지가 붙어 있으면 연리지(連理枝)이다. 연리근이나 연리지처럼 뿌리가 다른 나무가 마치 하나처럼 자라는 나무를 통틀어 연리목(連理木)이라고 한다.
목련나무와 태산목이 뿌리에서 가지로 붙어 서로 한 나무처럼 보이는 것이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몇 년을 다니면서도 몰라보다니. “나의 무관심을 용서하렴.”
어제 걷던 길과 오늘 걸었던 이 길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그날그날의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일 게다. 나는 오늘 걸었던 길에서 새로운 우리의 이야기가 생겨났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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