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힘을 보여준 영화 헥소 고지 Hacksaw Ridge

헥소 고지
영화 〈헥소 고지〉의 한 장면. “한 명만 더 구하게 해주세요” 도스는 밤새도록 75명의 부상병을 구했다.

재림교회(SDA) 신자라면 누구나 봤을 영화 헥소 고지(Hacksaw Ridge). 어쩌다 보니 케이블방송에서 방영한 ‘헥소 고지’를 세 번이나 보게 되었다.

처음 봤을 때 – 흠, 괜찮군.
다시 보게 되었을 때 – 감상평이나 적어볼까?
세 번째 봤을 때 –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하지!

같은 영화를 세 번이나 감상하다 보니 감상평을 적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긴다. 특히 이 영화가 실화였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헥소 고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치열했다는 오키나와 헥소 고지에서 있었던 전투가 배경인 영화이다. 헥소 고지 전투에서 총을 들지 않은 채 75명의 부상자를 구한 공로로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의 훈장(Medal of Honor)을 받은 데스먼드 도스(Desmond Doss)의 실화를 멜 깁슨이 영화로 만들었다.

도스는 의무병으로 미 육군에 자진 입대했지만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집총을 거부해 주위로부터 비난과 야유를 받게 된다. 군으로부터 군대 부적격을 이유로 귀향 명령을 받지만 도스는 국가에 이바지하겠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소송을 치르면서까지 복무를 하게 되고 오키나와 전투에 총기 없이 의무병으로 참전하게 된다.

영화를 감상하던 도중 나의 군대 생활이 떠올랐다. 나는 당시 논산훈련소에 입소하여 기초 군사훈련을 받았는데 입소동기 가운데 도스 같은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가 제식훈련을 할 때 집총하기를 거부하여 난리가 났다. 이유가 믿는 종교와 맞지 않는다는 거였다.

요즘 같으면 미리 훈련병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서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겠지만 당시엔 그런 부분들이 허술했던지 정작 훈련 때 그런 사달이 났는데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결국 그날은  점심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 친구가 온종일 연병장에서 원산폭격만 하는 가운데 우리는 좀 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날 훈련을 마지막으로 그 친구를 볼 수 없었다. 그 친구가 한여름 땡볕에 원산폭격을 하고 있던 장면은 엊그제 있었던 일 인양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들리는 말로는 그 친구가 남한산성에 갔다는 말이 있었지만 모두들 빡빡한 훈련일정을 소화하느라 소문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고 그렇게 그 친구는 잊혀졌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나는 이틀정도 같은 내무반에서 생활했는데 그 친구가 티 없이 맑은 눈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일이 있고서야 그 친구가 ‘여호와의 증인’ 신자였다는 말과 함께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총을 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는데 이 사람들이 자신과 다르다 하여 경원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영화를 보며 새삼 느꼈다.

도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국가에 도움이 되고 싶었고 굳은 신념으로 그 일을 해냈다. 동료들의 편견을 극복하는 장면을 보면서 종교의 힘이 무엇인지 돌아보았다.

“제발 한 명만 더 구하게 해주세요.”

동료들이 철수한 전쟁터, 총알이 난무하는 그곳에서 그가 밤새도록 구해낸 부상당한 동료가 75명이다. 그는 부상병을 찾아 이곳저곳을 누비며 “한 명만 더”를 읊조렸는데 그의 기도는 진실했고 울림이 있었다. 그리고 그 울림은 신뢰가 되어 돌아왔다.

헥소 고지를 탈환하기 위한 또 한 번의 공격이 있던 날. 상부의 출동 명령이 떨어졌지만 출동해야 할 시간이 넘어도 부대원들은 움직임이 없다.

“왜 출동하지 않는가?”
“도스 이병이 기도중입니다.”

도스는 우리에겐 ‘재림교’라고 알려진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Seventh-day Adventist Church, SDA) 신자이다. 구글링을 해보니 SDA는 세계에서 4번째로 규모가 큰 개신교단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육재단으로 유명한 곳이다.

도스의 SDA든지 논산훈련소 동기생의 여호와의 증인이든지 자신이 믿는 종교와 다르다고 무턱대고 배척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을 영화 헥소 고지를 보며 느꼈다. IS 때문에 이미지 구긴 이슬람교는 빼고.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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