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의 변신은 무죄··· 예스24 중고서점 F1963 수영점

조선시대에는 현재 군편제상 해군(海軍)에 해당하는 부대를 수군(水軍)이라 부르면서 수군절도사(水軍節度使)의 지휘를 받도록 했다. 수군절도사를 간단히 수사(水使)라고 했는데 수사가 집무하는 본영이 수영(水營)이다.

서울에서 보아 왼쪽이면 좌(左), 오른쪽이면 우(右)를 붙여 좌수영 우수영으로 불렀다. 전라우수영은 해남, 전라좌수영은 여수, 경상우수영은 통영, 경상좌수영은 부산 수영에 있었다.

마음 같아선 장황하게 사설을 길게 늘어놓고 싶지만 가야할 길이 머니 이쯤하고, 오늘 가야할 곳은 경상좌수영이 있던 부산 수영이다. 수영에 국내 최대의 중고서점인 예스24@F1963이 있다. 수영이 있던 곳이라 동네이름도 수영인데 가까운 곳에 여행지로 유명한 광안리와 해운대가 있고, 새롭게 조성된 센텀시티가 있다.

이곳 수영에 부산의 향토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고려제강이라는 회사의 2공장인지 3공장인지가 있는데 와이어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보니 규모가 꽤 크다. 택시를 타고 “고려제강 갑시다.”하면 알아서 데려다 줄 정도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부산광역시 수영구 망미2동 구락로123번길 20

와이어를 생산하던 고려제강이 2014년 부산비엔날레 특별전시장으로 사용되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되었는데, 이곳 복합문화공간 F1963 건물에 예스24 중고서점이 둥지를 틀었다. 예스24 중고서점 수영점인데, 정확한 명칭은 예스24 중고서점 F1963이다. 간판에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그런 줄 안다.

중고서점의 규모가 장난 아니게 크다. 근처의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라고 하는데 예스24 중고서점 F1963은 중고서점계의 신세계다. 아마 국내 최대 규모는 분명할 것 같고 세계적으로는 모르겠다.

입구에서 안쪽을 들여다보면 뭔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서점과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든다. 천장과 동선에 거슬리지 않게 배치한 기계들이 이곳이 옛 공장부지였음을 기억하게 하는데, 멋 부리지 않은 듯 멋 부린 인테리어가 나쁘지 않다.

책은 천장에 닿을 듯 키 큰 책장에 꽂혀있어 높은 쪽의 책은 뽑아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다리 등이 없이는 높은 쪽의 책을 살펴 볼 방법이 없는데, 손길이 닿지 않는 책이 팔릴리가 만무하니 아마 구색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곳곳에 입식, 좌식 등 다양한 형태의 좌석이 비치되어 있어 책 좋아하는 사람이면 최고의 공간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쪽에서 외부와 연결된 문을 이용하면 제법 넓은 야외공간이 나오는데 곳곳에 심어 놓은 대나무들이 인상적이다.

예스24 중고서점 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문화공간도 많아서 찬찬히 둘러보면 괜찮을 것 같다. 다시 가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문화공간이 많아지고 있는 듯해서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은 두 군데인데,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코스트코 부산점의 주차장 입구와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왼쪽의 야외 주차장이 예스24 중고서점 방문자가 이용할 수 있는 주차장으로 이곳이 F1963와 더 가깝다. 데스크에서 주차권에 도장을 찍어오면 3시간 무료이다. 문화인 되기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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