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충북 증평의 한 아파트에서 엄마와 어린 딸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관리비 연체를 이상하게 여긴 관리사무소의 신고로 경찰이 수습한 시신은 숨진 뒤 수개월이 지난 상태였다.
8일 충북 괴산경찰서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5시18분쯤 충북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A씨(41·여)가 집 안에서 그의 딸(3)과 함께 침대에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딸은 이불을 덮고 있었고 A씨는 딸 곁에 누워있었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 상태를 고려했을 때 모녀가 두 달 전 숨졌을 것이라고 한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 사는 게 너무 힘들다. 딸은 내가 데리고 간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봐서 A씨가 생활을 비관해 딸을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약초 채취 일을 하던 A씨의 남편은 지난해 9월 19일 “미안하다. 생활이 어렵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이 숨진 지 일주일 만에 함께 생활하던 어머니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의 부패 정도 등을 토대로 최소 2개월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던 경찰 발표와는 달리 사체를 부검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9일 A씨의 사망 원인은 독극물 중독과 흉기에 의한 자해로 보이지만, 사망 시점은 단정 지을 수 없다는 1차 소견을 냈다.
국과수는 이날 시신 부패 정도가 심한 네 살배기 딸의 경우 사망 원인이나 사망 시기를 판단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증평 모녀 사망에 대하여 언론 매체들은 주 소득자인 남편이 숨진 뒤 경제력을 상실해 생활이 어려워진 것도, 남편이 숨진 지 일주일 만에 어머니까지 숨져 A씨가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것도 복지 시스템은 알아채지 못했다며 현행 복지 시스템의 헛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4년 전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이 있었지만 우리의 복지 시스템은 여전히 구멍이 뚫려 있는 상태라는 것이 이번 증평 모녀 사망을 통해 입증되었다. 계량화된 서류를 기준으로 복지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법으로는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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