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하면 정말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스팀달러
가상화페 스팀 모형이미지.

요즘 들어 인터넷에 스팀잇에 관한 글들이 갑자기 눈에 많이 뜨입니다. 일반 매체에서 다룬 내용도 있지만 대개 https://steemit.com/*** 와 같은 주소를 가진 문서들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주소만 보면 네이버나 티스토리가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처럼 스팀잇이라는 사이트와 연계된 하위 문서들로 보이는데, 이 스팀잇이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제입니다.

‘스팀잇닷컴’에 가입하여 승인을 받게 되면 계정이 생성되고, 그곳에 글을 작성하면 위 주소와 같은 문서가 완성되는 겁니다.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점만 빼면 블로그 서비스와 똑같습니다.

그렇게 작성한 글이 사람들로부터 ‘좋아요’와 같은 반응을 얻는 것을 스팀잇에서는 ‘보팅’이라고 하는데, 보팅을 받게 되면 ‘스팀’ 혹은 ‘스팀달러’라는 가상화폐를 얻게 됩니다.

※‘보팅파워’니 ‘스팀파워’니 하는 다른 용어들도 있지만 이 글이 스팀잇 서비스를 소개하는 글이 아니니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가상화폐 중 비트코인이 컴퓨터를 이용하여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채굴’ 과정을 거쳐야 하는 반면, 스팀잇은 그저 할당받은 계정에 글을 적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구조라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스팀잇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스팀잇 이용자가 느는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시작하기 쉽다는 점과 함께 수익창출이 용이하다는 소문 때문입니다. 취업이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 되겠지요. 그런데 연륜이 있는 분들은 알겠지만 어디 돈 벌기가 쉽던가요? 아마 돈 벌기가 쉽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틀림없이 범법자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불법이나 반칙이 동원되지 않고는 돈 벌기 참 힘들거든요.

19세기 말. 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위하여 신대륙인 아메리카로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동부 해안을 통해서 신대륙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자연히 도시는 동부를 중심으로 형성되기 시작했지요. 여기까지는 미국 역사를 몰라도 모두가 상식적으로 아는 내용입니다.

사람들은 넘쳐나는데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으니 어쩌겠습니까.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넘어왔듯이 다시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지요. 이들은 개척정신이 참 강했거든요. 새로운 삶을 찾아서 대서양도 건너왔는데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바야흐로 서부 개척시대가 열립니다.

서부는 미개척 지역입니다. 이들이 인생역전을 노려볼 수 있는 일은 금광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금광만 찾는다면 단번에 부자가 될 수 있거든요. 금은 공급이 한정된 귀금속이어서 유럽의 대다수 국가가 금본위제를 채택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고요. 중국 정도가 은본위제였지요.

금을 캔다는 것은 바로 돈을 캐는 것과 같습니다. 금을 캐면 바로 달러로 바꿀 수가 있으니 이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겁니다. 동부의 경쟁 사회에서는 버텨낼 수 없으니 그렇게 몸으로라도 때워야지요. 당시 서부는 일부 멕시코의 영토와 프랑스 식민지를 제외한 대부분이 인디언이라 부르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땅이었습니다. 금을 채굴하려면 인디언을 몰아내야 했는데, 이를 멋지게 포장한 말이 서부 개척입니다.

그러나 서부로 몰려간 모두가 금을 캘 수는 없었습니다. 금이 길바닥의 돌멩이가 아니니 어려운 것이 당연하지요. 금을 발견하여 부자가 된 이는 아주 극소수이고, 대부분 고생만 하다가 다시 동부로 돌아가거나 돌아갈 여력이 없어 새롭게 형성되기 시작한 서부 도시에서 다른 일을 찾아 정착하였습니다. 이것이 미국 서부 개척사입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것이나 스팀잇에서 스팀달러를 획득하는 것은 서부사나이들이 금광을 찾아 헤매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사이버머니냐 금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요. 우려하는 것은 사이버머니는 금처럼 안정적인 통화 대체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생략하겠습니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사이버머니 신봉자들의 주장대로 아주 안정적인 통화 대체수단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문제는 들이는 노력에 비례해서 만족할 만큼 아니 만족은 못하더라도 다른 일을 하는 것과 비슷할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서부로 간 사람들이 게을러서 금을 찾지 못했을까요? 금이 그렇게 흔한 광물이라면 아마 가치가 없었을 겁니다. 너무 귀해도 통화수단이 되지 못하지만 너무 흔해도 안되거든요.

앞서 스팀잇에서는 보팅을 받아야 스팀달러가 생긴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보팅이란 페이스북 같은 SNS 식으로 이야기하면 ‘좋아요’ 같은 것이라고도 알려드렸습니다. 아마도 스팀잇을 하는 분들도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SNS를 하고 있거나 해봤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웃들이 ‘댓글’을 잘 달아주고 ‘좋아요’ 를 잘 눌러주던가요?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일부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진 사람은 분명 성과를 내겠지요. 아마 ‘나는 얼마를 벌었다’고 수익을 공개하며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그들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노하우를 배우려고 모여들 테니 말입니다. 그들도 그런 점을 노리고 그런 포스팅을 지속적으로 하는 겁니다. 해보니 반응이 오거든요. ^^

서부에 갔다고 모두 금을 캘 수 있는 것이 아니듯 스팀잇을 한다고 모두 보팅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스팀잇을 하는 사람 모두가 서로서로 밀어주기로 해서 쉽게 고수익을 올린다고 해보지요. 그럼 모두가 하던 일 그만두고 스팀잇을 하지 않겠습니까? 어렵지 않게 돈을 번다는데 누가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소는 누가 키울까요? 너도나도 스팀잇으로 돈을 버는데 스팀달러의 가치가 유지되겠습니까?

화폐란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되는 겁니다.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을 읽어보면 쉽게 이해가 되겠군요. ‘바보 이반’에는 금화를 그저 반짝이는 예쁜 돌멩이로 취급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통화의 기능을 전혀 못하지요. 예전처럼 금본위제나 은본위제가 되어 태환이 가능하지 않는 이상 신뢰는 절대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화폐란 한낱 휴지조각보다 못하니까요.

이해가 되는지요? 스팀잇으로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다고 해도 문제이고, 못 벌면 못 벌어서 문제입니다. 아마 처음 시작한 일부는 분명 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그 어렵다는 로또도 분명 당첨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돈을 버는 이는 결국 소수입니다. 소수에 끼일 자신이 있습니까?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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