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의 일생이 담긴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Theory of Everything)

스티븐 호킹

2018년 3월 14일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향년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세계적으로 천만 부 이상 팔렸다는 그의 저서 ‘시간의 역사’를 읽어볼 엄두는 낼 수 없었지만 왠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이 세상을 떠난 듯 상실감이 들었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생이 담겨있다는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감상했다. 2014년 개봉된 영화로 원제목은 Theory of Everything (모든 것의 이론)인데 국내에서는 뜬금없이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둔갑되어 개봉되었다.

외신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접해오던 호킹 박사의 삶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루게릭병을 앓기 전의 모습과 연인과의 사랑과 결혼. ‘시간의 역사’라는 걸작이 그가 어떤 상황에 있을 때 집필되었는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가히 호킹 박사에 대한 기록물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스티븐 호킹 박사 역을 맡았던 에디 레드메인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실제 호킹 박사가 영화에 출연하여 연기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을 줄 정도였다. 이런 상황을 두고 싱크로율이 높다고 표현하는 것이리라. 게다가 연기마저 흠잡을 곳 없었으니 영국과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2015년)을 수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옥스퍼드와 캠버리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스티븐 호킹은 21세 때 루게릭병이 발병하여 2년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사진은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한 장면으로 스티븐 호킹역을 맡은 에디 레드메인이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 스티븐 호킹 박사의 삶에 기반을 둔 영화라지만 어디까지 사실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약간의 연관만 있어도 그것이 전체인양 뻥을 치는 국내영화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영화 Theory of Everything을 본 스티븐 호킹 박사가 “매우 정직하게 만들었다”고 인정해줄 정도로 사실에 근접한 영화이다.

국내에서 영화를 개봉하면서 제목을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에서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바꾼 것이 이해가 될 정도로 이 영화는 스티븐 호킹과 제인의 사랑이 주요 테마이다.

루게릭병을 가진 2년 시한부 호킹을 사랑하는 제인은 단 2년만 살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살겠다는 마음으로 결혼을 한다. 사이에 세 자녀까지 두면서 언제까지 행복할 것 같은 이들에게 성가대 지휘자인 조나단 존슨이 등장하면서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영화에서는 정확한 묘사가 없었지만 아마 호킹은 제인과 조나단 사이에 흐르는 기류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하나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함께 영화를 본 딸과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눴던 대목이기도 하다. 호킹의 아내 제인과 조나단 존슨 그리고 스티븐 호킹과 간호사 일레인 메이슨 이들의 관계가 묘하게 얽혀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하게 시간적으로 정리하면 갑순이가 시집을 가니까 갑돌이가 화가 나서 장가를 간 모양새다.

그 때문에 딸은 작은 분노를 표하기도 했었는데 꼭 그렇게 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감상 후 자료를 찾아보니 몇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의 기사인데 영화가 개봉된 시기에 보도된 내용이다.

http://www.independent.co.uk/news/people/stephen-hawkings-wife-on-their-marriage-breakdown-the-family-were-left-behind-9949588.html

“스티븐 호킹이 천재 물리학자로서 명성을 얻은 뒤로는 추종자들에게 둘러싸였고 정작 그에게 나와 세 아이들은 뒷전이었다.”는 내용의 기사이다.

그리고 또 찾아지는 것이 스티븐 호킹의 자서전 ‘Stephen Hawking: My Brief History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와 이젠 스티븐 호킹의 첫 번째 부인이라고 불러야 하는 제인 호킹 박사의 저서 ‘Travelling to Infinity (무한대 여행)’이다. 아마 이 책들을 읽어보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는 천체물리학자로서의 스티븐 호킹 박사에게 관심이 있을 뿐 그의 결혼이력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물리학의 ㅁ(미음)도 모르고 블랙홀의 ㅂ(비읍)도 모르지만 루게릭병을 앓고 있으면서 이룩해낸 그의 성취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정도는 알고 있다.

아쉽게도 영화에서 그의 연구에 관한 부분은 많이 다뤄지지 않았다. 영화로 담아내기엔 어울리지 않았거나 어려운 점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은 되지만 그래도 아쉬웠다. 평생 루게릭 병으로 힘들었을 스티븐 호킹 박사. 이제 고단했던 몸 편히 누이고 영면하기를 바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한덕구
Copyright 덕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덕구일보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출처를 밝히고 링크하는 조건으로 기사의 일부를 이용할 수 있으나, 무단전재 및 각색 후 (재)배포는 금합니다. 아래 공유버튼을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