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루 두 번씩은 전화를 하던 J가 며칠 동안 연락이 없더니 어제 전화가 왔다. 하는 말이 열이 없는 감기 때문에 고생했단다. 열이 없는 감기?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 중에 항생제를 일부러 먹지 않았더니 회복이 늦어졌다고 했다.
J는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다. 매주 쉬는 날이면 내과, 외과, 신경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을 순례하는데 ‘저렇게 아파서 어떻게 사나’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정작 본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환절기라 그런지 요즘 감기에 걸렸다는 사람이 많다. 지혜롭게만 대처하면 감기에 걸리지 않을뿐더러 설령 감기에 걸렸더라도 쉽게 나을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이야기의 주제를 ‘감기’로 잡았다. 이름하여 ‘감기에 좋은 음식들’ 아니면 ‘감기를 예방하는 좋은 먹거리들’이다.
감기는 몸이 갑자기 찬바람에 노출되었을 때 걸리기 쉽다.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특히 발을 따뜻하게 하면 온몸이 따뜻해지는 효과가 있어 효율적이다. 똑같은 조건에서도 늘상 감기를 달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생 감기를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몸의 저항력과 혈액순환의 차이다.
저항력을 기르는 녹황색 채소
파, 마늘, 생강은 뛰어난 천연 항생제
집안을 너무 따뜻하게 하지 않는 것도 감기예방의 비결이다. 여름에는 조금 덥게 지내고 겨울에는 조금 춥게 지내는 것이 건강에는 더 좋다. 실내온도를 높이기보다는 옷을 따뜻하게 입고, 운동을 해서 몸을 따뜻하게 하여 혈액순환을 좋게 하다보면 몸도 차츰 추위에 익숙해져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
감기에 자주 걸리고 여간해서 낫지 않는 사람은 집안을 자주 환기시키고 실내온도를 섭씨 18~20도 정도로 낮추고 몸의 저항력을 키워야한다. 저항력을 키우려면 칼슘이 많은 식품인 녹황색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무와 무청, 순무, 당근, 미나리, 냉이, 질경이, 갓, 달래, 우엉 같은 것이 칼슘이 많은 식품이다.
우유에 칼슘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씹어 먹지 않으면 칼슘이 몸속에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 그래서 스웨덴 사람들은 세계에서 우유를 가장 많이 먹지만 골다공증 환자의 비율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저항력이 약하고 항체가 없는 사람, 기력이 쇠약하고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감기에 걸리기 쉽다. 이런 사람은 천연항체를 길러주고 면역체계가 병원균이나 박테리아,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도록 저항력을 키워야 한다.
저항력을 키우려면 인공항생제가 아닌 천연항생제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감기는 물론 간염, 암, 폐결핵, 폐렴이나 기관지염 같은 온갖 질병에도 잘 걸리지 않게 된다. 천연항생제로 효능이 뛰어난 식품은 마늘, 파, 양파, 달래, 생강, 초피 같이 매운맛이 나는 향신료이다.
이 식품들은 온갖 균을 살균, 살충시키고 몸속에 쌓인 독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효능도 크다. 마늘이나 파를 많이 먹는 사람은 감기나 다른 감염성 질병에 잘 걸리지 않으며 걸렸더라도 가볍게 앓다가 금방 낫는다.
감염성 질병을 예방하는 파, 마늘, 양파
폐와 기관지를 따뜻하게 하는 무
마늘은 항균작용이 매우 뛰어난 식품이다. 날마다 마늘을 날것으로 한두 쪽을 먹는 습관을 지닌 사람은 결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의 어느 학자가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사람 30명을 대상으로 관찰 실험을 했더니 감기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모두 마늘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이처럼 마늘은 천연 항생제중에서는 으뜸이다. 날것은 자극이 심해서 입안이나 위장의 점막에 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많이 먹을 수 없는 사람은 마늘을 찌든지 굽거나 익혀서 먹어도 무방하다.
날마다 무를 생즙을 내서 한잔씩 마시는 것도 감기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무는 살균작용도 있지만, 폐와 기관지를 따뜻하게 하여 소화기능도 좋게 한다. 밤, 호두 또는 포도 같은 과일,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많이 먹는 것도 감기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기관지와 코의 점막을 보호하는 참기름
한기를 밀어내는 파뿌리와 생강
가벼운 감기에는 흑설탕 넣은 생강차
참기름 몇 방울이면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다. 일 년 내내 감기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이 방법을 써보면 감기에 걸리지 않고 지낼 수 있다.
방바닥에 똑바로 누워 목을 뒤로 젖힌 다음 유리막대기나 성냥개비 같은 것을 참기름에 담갔다가 꺼내어 한쪽 콧구멍에 참기름을 3~4방울씩 넣고 콧방울을 마주 잡았다가 놓았다 하여 기름이 코의 점막에 골고루 퍼지도록 한다. 중국에서는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 5백 명을 대상으로 이 방법을 썼더니 97%가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참기름은 기관지와 코의 점막을 보호하고 갖가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죽이는 작용이 매우 강하다.
파뿌리, 생강을 각각 400g, 소금 8g을 함께 죽이 되도록 찧고 소주 한잔을 부어 고루 섞은 다음 이것을 얇은 천으로 싸서 앞가슴과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팔꿈치 등을 한 번씩 문질러 준다. 30분쯤 지나면 땀이 나면서 열이 내리고 코가 시원하게 트이며 기침이나 콧물도 차츰 멎을 것이다.
하루쯤 지나면 감기로 인한 모든 증상이 없어지고 몸도 가벼워진다. 파뿌리(흰부분)와 생강의 매운 성분이 피부에 잠복해 있는 한기와 독소를 몸 밖으로 발산시켜 감기를 낫게 하는 것이다.
감기가 그다지 심하지 않을 때는 생강과 흑설탕 각각 50g을 물 1되(1.8리터)에 넣고 한 시간쯤 약한 불로 달여서 한 번에 한잔씩 하루 3~5번 마신다. 생강은 항균력이 강하며 몸 안의 온갖 어혈을 없애준다. 이불을 덮고 땀을 흠뻑 내면 더욱 좋다.
오래 끄는 감기엔 대파로 끓인 된장국
심한 기침감기에는 무 엿
그냥 기침에는 도라지
잘 낫지 않고 오래 가는 감기에는 파가 좋다. 파 대신 양파를 써도 괜찮다. 파, 마늘, 양파, 생강은 바이러스를 죽이고 몸을 따뜻하게 한다.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고 땀을 잘 나게 하여 피부에 잠복해 있는 독소를 몸 밖으로 몰아내 감기를 낫게 한다.
감기로 인해 기침이 심할 때는 무를 오래 달여서 엿기름과 섞어 무 엿을 만들어 한 숟가락씩 먹으면 좋다. 무에는 소화를 돕는 효소도 많이 들어 있지만 천연 항균 물질도 많이 들어 있다.
감기로 인한 기침이 오랫동안 낫지 않을 때는 도라지를 생즙 내어 꿀을 몇 숟가락 넣어 한잔씩 하루 세 번 마신다. 도라지는 가래를 삭이고 고름을 나오게 하는 동시에 감기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 감기로 인해 편도선이 부었을 때에는 도라지를 같은 양으로 물에 넣고 달여서 마시면 좋다.
살균·소염 작용하는 매실즙
매실즙에 소금을 약간 타서 마시는 것도 감기를 치료하는 좋은 방법이다. 매실에는 키크린산이라는 성분이 미량 들어있는데 이것이 독성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매실 속에는 강한 해독작용과 살균, 소염작용이 있다. 또한 매실즙은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정상화시키는 효능이 있어 위산과다와 소화불량에 모두 효험을 보인다. 매실의 효능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피로를 물리치고 고혈압, 저혈압, 심장병 등 여러 사람에게 좋은 건강식품이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나는 가급적 신약은 먹지 않는다. 급하면 진통제 등 신약을 먹지만 가급적이면 음식으로 몸을 컨트롤하는 것이 좋다고 믿는 쪽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기도 음식으로 낫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에이즈 같은 난치병보다 유행성 감기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는 의학자들도 있다. 전염속도가 빠르고 치명적으로 새로운 감기가 퍼지면 백신을 개발하기도 전에 인류의 절반가량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보고서도 있다. 신종플루를 생각해보면 전염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다.
유럽에서는 1918~1919년, 불과 1년 만에 유행성 감기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감기를 모르고 살았던 에스키모인들이 미국인들로부터 감기에 전염되어 목숨을 잃은 일도 많았다. 에스키모인들이 미국인들보다 체력은 더 뛰어났지만 감기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전혀 면역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식품 가운데 이처럼 면역력을 길러주는 것들이 많다. 보약을 먹는다 생각하고 꼭꼭 씹어서 많이 먹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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