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까마귀 세 마리를 보았다고 해서 모든 까마귀가 다 검다고 말할 수는 없다. 칼 포퍼*의 반증 가능성 원리에 따르면 흰 까마귀 한 마리를 찾아내는 것만으로 그 명제가 거짓임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흰 까마귀를 찾아내기 전까지는, 우리는 모든 까마귀가 검은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과학은 언제나 반증의 가능성이 있다. 반증할 수 없는 것은 비과학적인 것일 따름이다. 만일 누군가 “유령이 존재한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 말에 반박할 수 없다. 그 말이 거짓임을 증명할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만일 어떤 사람이 “빛은 직선으로 나아간다”라고 말한다면, 그 말은 반박의 여지가 있다. 손전등을 물통에 집어 넣는 것만으로도 빛이 수면에서 굴절된다는 사실을 금방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칼 포퍼(Karl Popper: 1902~1995)
오스트리아 출신의 영국 철학자. 논리 실증주의에 대한 비판을 통하여 <비판적 합리주의>를 주창하였다. 대담한 추측과 그에 대한 반증을 통하여 과학이 발전한다고 보았으며, 과학과 비과학을 가르는 기준으로 반증가능성 원리를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점성술, 형이상학, 정신 분석학, 마르크스주의 역사 이론 등은 반증이 불가능한 사이비 과학이라고 주장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945), 『역사주의의 빈곤』 (1957) 등이 있다.
- 듕국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면 - 2021-09-25
- 작품성이 엿보였던 영화 자산어보 - 2021-09-24
-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 - 2021-09-12
덕구일보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출처를 밝히고 링크하는 조건으로 기사의 일부를 이용할 수 있으나, 무단전재 및 각색 후 (재)배포는 금합니다. 아래 공유버튼을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