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do I begin to tell the story of
How great a love can be
The sweet love story that is older than the sea,
The simple truth about the love she brings to me,
Where do I start?
어디서부터 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합니까?
얼마나 사랑이 위대한지를
바다보다 더 오래된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그녀가 내게 준 단순한 사랑의 진리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합니까?
눈이 내린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눈이 펄펄 내린다. 하얀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고 있다. 눈 때문에 눈이 호강한다. 내친김에 귀도 호강시켜주자 싶어 영화 러브스토리(Love Story)의 OST를 틀었다.
앤디 윌리암스의 ‘Where do I begin(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합니까?)’는 가사가 있어 좋고, ‘Snow Frolic(눈 장난)’은 가사가 없어 좋다.
에릭 시걸(Erich Segal) 소설 러브스토리가 원작인 영화 러브스토리는 1970년 개봉하여 망해가던 영화사 파라마운트를 살린 장한 영화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듬해인 1971년 겨울 상영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24만 명이 관람했다니 당시로선 엄청 히트한 영화였다.
눈이 내리면 올리버와 제니처럼 껴안고 눈밭을 뒹구는 기억을 떠올리며 커피한잔 해야 딱 어울리는데 어찌된 청춘인지 강원도 철원 땅에서 군복무하며 눈 치우던 기억밖에 없다.
철원에서 6·25때 사람이 워낙 많이 죽어 원혼들이 군바리들 고생시키려 휴일에만 눈이 내린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눈은 쉬는 날만 골라서 내렸다.
논산에서 훈련받고 잠시 101보충대 들렀다 자대랍시고 배치 받아 간 곳이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이었는데 온 사방이 하얀 눈밭이었다. 산위에도 눈, 들판에도 눈, 지붕위에도 눈, 넓디넓은 연병장에도 눈, 온천지가 눈이었다.
함께 배치 받은 동기 세 명과 함께 어리버리 자대배치 신고를 하니 빌어먹을 부대장인지 부대찌갠지 하는 말이 가관이다.
“제군들의 가슴은 뜨거운가?”
“넵, 뜨겁습니다.”
“좋다, 그 뜨거운 가슴으로 연병장의 눈을 녹이도록. 실시!”
“실시”
우리들은 영문도 모른 체 온종일 하얀 눈으로 덮인 연병장을 빡빡 기어야만 했다. 그렇게 군바리로서 자대의 첫 날을 보냈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철원에는 평일엔 눈이 내리지 않았다. 눈은 빨간 날만 골라서 내렸는데 전해 듣기론 먼저 제대한 고참들이 교회에서 기도도 해보고, 절에서 불공도 드려보고, 몰래 고사도 지내보고, 하여간 별 수를 다써봤는데도 평일에 눈 내리게 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한다. 철원은 그렇게 철저하게 군인들에게 징글징글한 땅이었다.
휴일이면 하루 종일 눈을 치우고 그렇게 치운 눈은 육공트럭에 실어 먼 곳에 갔다 버리는 것이 당연한 일과가 되었다. 그렇게 신병은 휴일에 눈을 치우며 고참이 되어갔다. 시간을 죽이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졸병에게 미스코리아에 나갈 뻔 했다는 여대생 주소를 하나 받았다.
밤마다 편지를 썼고 매일 일주일이나 열흘 전에 보낸 편지의 답장을 받았다. 참 군대생활 할 맛이 났다. 아마 내가 탈영하지 않고 무사히 제대할 수 있었던 이유가 세 가지 있다면 두 번째나 세 번째에 그녀와의 편지 데이트가 들어 있지 않을까.
비록 서로의 얼굴은 몰랐으나 열심히 글들을 주고받았던 우리는 내가 제대하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끊어졌다. 그녀는 군에 보낸 자신의 동네 친구이자 학교 친구의 편안한 군 생활을 위하여, 나는 단지 사람이 그리워 편지를 주고받았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원하는 것이 없어지니 연락할 까닭이 없고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이번처럼 눈이 내리면 그때 주고받았던 편지내용을 기억하려 애를 써보지만 거짓말처럼 하나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그 여학생과 인연이 끊어진 것은 하나도 아쉬울 것 없으나 눈 오는 날 떠올릴 추억하나 기억 속에 남겨두지 못했다는 점은 좀 아쉽다. 이럴 줄 알았으면 눈 오는 날 만나자고 해서 껴안고 뒹굴어 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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