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아침을 맞이하며

담배연기

새벽에 나오니 날씨가 어제보다 더 추워져 있다. 파카에 바지 도톰히 입고 교회 문을 들어서서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입을 축이니 추위가 조금은 가시는 듯했다.

“추우니 일찍 오면 난로 좀 켜주세요” 하던 사모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난로 스위치를 올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예배당에 들어오면 난로는 언제나 관심 밖이었다. 그다지 추위를 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난로를 별로 켜고 싶지도 않는 마음 때문이다.

난로를 켜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사모님의 무릎덮개가 눈에 띈다. 어지간히도 추웠던 모양이다. 개척교회다 보니 즐거워는 하지만서도 항시 분주해서 문득문득 사모님의 고생을 엿보기도 한다.

그러던 차에 목사님이 들어왔다. 나이가 나랑 동갑으로, 나와는 우연찮게 동창이란 것부터 해서 서로의 인연이 예사롭지는 않은 관계다. “날이 많이 추워요” 하는 말에 나는 “그래, 춥다”하고 대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서로 친근하면서도 퉁명스럽기만 한 목사님을 보면서 나는 감동을 많이 받는다.

성경을 펴놓고 새벽예배를 보는데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많이 모여 봤자 고작 목사님, 사모님, 전도사, 나 이렇게 네 명 뿐이지만서도 서로 의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찬송가를 부르는데 내 목소리만 들리기에 뒤를 보니 아무도 없다.

단 둘뿐인 것을 발견하고 목사님을 보니 “우리 둘이예요, 아무도 안와요. 뒤를 봐도 소용없어요.” 하는 것이다. 문득 홀로 떨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예배 마치고 나오니 날씨가 매섭기는 매서웠다. 그동안 따스했던 것이 이상한 것이었다. 차를 몰아 갑천 고등학교에 도착해서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히 떠있는 것이 도심지에서도 새벽은 하늘이 맑구나 생각해본다.

언젠가 같이 카풀하는 여사님이 나보고 “하늘의 달 좀 봐요. 달이 소나무에 걸려있어요”하던 말이 생각나서 하늘을 보니, 소나무에 걸려 있다는 달보다 북두칠성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하늘을 보니 담배 생각이 나서 한 대 입에 물고 담배연기를 하늘로 피워 올렸다. 뿌옇게 올라가는 것을 보니 입김인지 담배연기인지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새벽은 어김없이 오고 나는 또 하루를 시작한다. 어차피 어제는 어제일 뿐인 것이다.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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