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비결,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사람과 그 문제를 푸는 사람

공부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용의자 X의 헌신’은 수학천재와 물리학자의 대결을 그린 범죄소설이다.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라는 내용 중의 문장을 홍보에 이용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확실히 사람들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문제에 관심이 많다. 가령 어렸을 때나 생각했을 로봇태권V와 마징거Z 혹은 김일과 이노끼의 대결 같은 건데, 사실 이런 동류(同類) 내지 동종(同種)끼리의 대결이라면 답이 뻔하다. 센 놈이 이긴다. 일전에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글을 적은 것이 있다.

호랑이가 아프리카로 간 까닭은? 아프리카로 간 호랑이

그러나 로봇끼리 혹은 레슬러끼리의 대결이 아닌 인간과 로봇이라든가 복서와 레슬러의 대결처럼 이류(異類)나 이종(異種)간의 대결이라면 골머리를 싸매볼 만하다. 최근에 있었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수학자와 그 문제를 푸는 물리학자의 대결이라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까? 믿거나 말거나 나는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기 전에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공부 잘하는 비결’을 적고 있는 거다.

어떤 것도 뚫을 수 있는 창과 어떤 것도 막을 수 있는 방패 이야기를 우리는 모순(矛盾)이라고 하여,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일치되지 않을 때에 빗대어 사용한다. 그렇지만 공부 잘하는 비결에서 모순은 없다. 오로지 성적향상만 있을 뿐.

문제 만드는 연습을 하고 출제자의 입장이 되어 공부라

문제를 만든다는 것은 그 내용을 알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교과서(교재)로 개념을 익혔다면 꼭 문제를 만들어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만들어 내는 문제의 난이도가 그대의 실력이다. 어려운 문제를 만들 수 있다면 그만큼의 실력이 있다는 뜻이다.

이해과목이든 암기과목이든 공부를 할 때는 문제를 푸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하는 것이 좋다. 문제를 만드는 요령은 시중에 문제집이 널렸으니 참고하면 된다. 말 그대로 참고만 해야한다. 단어나 숫자만 바꾸는 것은 의미가 없다. 처음엔 그저 흉내만 내는 정도겠지만 숙달되면 창조적인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홈즈와 뤼팽의 대결〉이라는 책이 있다. 명탐정과 괴도의 대결을 그려낸 이야기책이다. 홈즈는 코난 도일이 창조해낸 인물이고, 뤼팽은 모리스 르블랑이 창작해낸 인물인데 ‘홈즈와 뤼팽의 대결’은 모리스 르블랑이 지었다.

작품에서 뤼팽의 승리로 결말이 난다. 때문에 작가가 르블랑이라 뤼팽이 이긴 것으로 하였을 것이라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 수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벗뜨.

도둑을 창조적인 일을 하는 작가나 화가에 비유한다면 탐정은 비평가라고 할 수 있다. 그리 무리한 비유는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알겠지만 아무리 비평을 잘하는 비평가라도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물론 작가이면서 비평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를 여기서 갖다 붙이면 안된다.

예전에 〈견·관·진〉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우려먹기 좋아하니 한 번 더 우려먹어 보자. 여기에서 견은 견학(見學)할 때의 견이다. 관은 관광(觀光)의 관이고, 진은 진찰(診察)할 때의 진이다. 견·관·진 모두 뭔가를 본다는 점에서는 같은 뜻이지만 강도나 세기로 따지면 전혀 다른 말이다.

견은 겉을 보는 정도, 관은 속까지 보는 정도, 진은 본질을 보는 거다. 쉽게 비유를 하면 견학은 초딩수준, 관광은 일반인 수준, 진찰은 전문가 수준으로 보는 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정리해서 보면 [견=어린이, 관=보통사람, 진=전문가] 이렇다.

다시 앞으로 돌려서 문제를 만든다 함은 진의 경지를 개척하는 것과 같다. 처음부터 어려운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 창조적으로 문제를 만들어 보라.

암기과목의 경우 친구와 책을 보고 문제내기를 한다면 문제를 내는 쪽으로 택하라. 틀림없이 책에서 어려워 보이거나 자신이 헷갈려 했던 것을 문제로 낼 것이다. 또 하나 암기과목은 눈으로만 공부하지 말고 소리내어 웅얼거리기도 하는 것이 더 좋다.

수학 같은 이해과목의 경우 문제를 만들려고 하다 보면 문장력에서부터 벽이 느껴질 것이다.  수학이라고 하면 사고력만 생각하기 쉬운데 의외로 수준 높은 독해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문제를 만들려면 문장력까지 필요하다. 그렇게 문제를 만들다 보면 뭔가 개념이 완전히 조립된다는 느낌이 든다. 틀림없다.

그러다 진(診)의 경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 다음부터는 자신이 하기에 달렸다. 아니면 내 손에 장을 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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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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