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마르소(Sophie Marceau). 책받침 속 그녀는 나의 학창시절 가장 좋은 공부친구였다. 소피 마르소 덕분에 난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 소리를 들었다. 용돈이 넉넉했던 친구는 소피마르소의 브로마이드 큰 것을 구입해 벽에 걸어두는 호사를 누렸지만 먹을 게 없어 쥐도 찾지 않는 집에 살았던 내게는 책받침도 감지덕지였다.
책받침과 필기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지라 쓰기와 관련된 학업은 정말 열심히 했다. 숙제를 빠트리는 일은 당연히 없었고, 일기는 어찌나 열심히 썼던지 나의 일기장이 ‘일기란 이렇게 쓰는 것이다’라는 교육용 교재로 채택되어 다른 반으로까지 돌려지는 일을 겪기도 했다. 모두가 소피 마르소 때문이다.
소피 마르소가 영화배우였다는데, 나는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본 적이 없다. ‘라붐(La Boum)’ 이라는 프랑스 영화라는 것만 알고 있다. 영화 라붐은 모르지만 리차드 샌더슨(Richard Sanderson)이 부른 라붐 주제가 리얼리티(Reality)는 많이 들었다. 라붐2에 수록된 Your Eyes도 좋지만 ‘라붐’하면 아무래도 리얼리티다.
우연히 당신을 만났을 때 난 알지 못했어요. 내 인생이 영원히 바뀔 거라는 것을. 당신이 저만치 서있는 것을 보고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될지 몰랐지만 무언가 특별한 느낌이 우릴 감싸고 있었죠. 꿈은 나만의 현실이고 오직 하나뿐인 진실한 환상입니다. 환상을 꿈꾸는 건 평범한 일이지만 나는 꿈속에서 살려고 해요. 그것이 내 운명처럼 보이니까요.
영화음악은 영화에 종속되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어디까지나 영화가 주(主)이고 영화음악은 부(附)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야 배우들도 인기를 얻고 음악도 사랑받는다.
그런데 라붐ost 리얼리티(Reality)만큼은 예외였다. 라붐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1980년.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개봉되지 않았다. 알려지기론 TV와 비디오에 대한 판권만 있었다고 한다. 정식 개봉된 것은 2013년으로 단물 쓴물 다 빠져서인지 흥행은 실패했다고.
그러나 당시엔 리얼리티가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이 노래가 영화 라붐의 주제가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영화 라붐(La Boum)이 알려졌고, 이 영화의 주인공 소피 마르소는 아무나 될 수 없다는 책받침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영화도 상영되지 않았는데 주연배우와 영화주제곡이 히트했던 일이 1980년대 초 대한민국에서 있었다.
▷듣기: https://youtu.be/2kUEdTcIw9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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