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열시. 유튜브에는 영상물 하나가 올라온다. 이 게시물은 다시 페이스북으로 연동되어 페이스북 유저들에게도 알려진다. 바로 ‘심계옥할머니가 읽어주는 그림책이야기’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인데 페이스북에서 ‘인자김’의 친구라면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인자김’으로 불리는 김인자 그림책작가는 매일 밤 유튜브에 심계옥 할머니가 읽어주는 그림책이야기 뿐 아니라 ‘그림책작가 김인자의 그림책읽기’라는 게시물도 매일 올린다. 이 시간 현재 677꼭지 째 등록된 것을 확인했다. 엄청난 끈기이고 성실이다.
그런 김 작가의 꿈 두 가지. 하나는 TV에서 할머니할아버지들에게 책읽어주는 프로그램 만드는 거, 그리고 또 하나는 책읽어주는 거 녹음시디 usb에 담아 요양원·요양병원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들려 드리는 거!
김 작가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매일 바쁘게 발을 동동거리며 전국으로 강연하러 다닌다. 왜 바쁘게 발을 동동거리는지는 안 봐도 안다. 집에서 심계옥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어느 목사님이 정중하게 물었다. “그림책 읽어주기 동영상을 왜 올리시는지요?”라고. 질문 그대로 옮기면, “그런데 작가님, 이런 동영상은 왜 올리시는 건지요? (반대하는 게 아니라 그 목적이 궁금해서요.^^)인데, 정말 예의 바르게 질문을 했다. 진심으로 궁금했었나 보다.
김인자 작가는 이 질문이 고마웠던지, 아주 장문으로 답을 했다. “예쁜 페친분들의 사진에 몇 백 개씩 달리는 좋아요 한 개씩만 책 읽어주기 동영상에 나눠주심 좋겠다 싶어서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관심 가져주시고 좀 더 욕심내어 책을 읽어주셨으면 해서요.”라는 말을 글머리에 적고, 긴 글이지만 꼭 읽어주셨으면 고맙겠다는 당부의 글을 첨가하면서 누가 물어봐 주길 기다렸던 사람처럼 긴 글을 올렸다.
문법을 무시하고 있는 그대로 옮겨 놓는다. 좀 더 많은 분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내용이 길더라도 꼭 읽어주시길 부탁드린다.
예, 목사님.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더 나아가 사랑해주셨으면 해서입니다. 그분들을 사랑함에 있어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제가 선택한 방법은 ‘그림책 읽어주기’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그림책을 읽어드리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기뻐하시고 좋아하는 걸 보았기 때문입니다.
요양병원에서 십 년 넘게 꼼짝도 않고 누워계시는 와병 할머니에게 그림책을 읽어드렸을 때 눈물로 반응하시는 할머니를 보았을 때,
홀로 사시는 독거할머니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가 그림책을 읽어드리면 밥 먹는 거 보다 제가 책 읽어주는 게 더 좋다며 저를 기다려 주실 때,
소아마비 환갑지난 딸이 오랫동안 아파서 누워계신 팔순아버지에게 매일매일 제 그림책을 읽어주며 마음을 나눌 때,
아프고 외로운 온 세상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그림책 읽어주기가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읽어주는 사람이 듣는 사람을 많이 사랑하고 있음을, 듣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랑받고 있음을 표현해주는 마음의 표현수단이거든요, 책 읽어주는 건.
세 번째는 그림책 읽어주기가 문맹으로 인한 치매할머니 할아버지들께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희 심계옥 엄니가 그 사례인데 한글을 읽을 줄 모르셨거든요. 그런 할머니에게 제 큰 딸이 매일 밤 전화로 1년 동안 할머니에게 그림책을 읽어드렸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그리고 그 할머니는 팔순생신날 아이가 읽어준 책을 직접 읽으셨지요. 그 할머니가 지금은 밤 10시면 유튜브에 책을 읽어주시는 심계옥 할머니십니다. 지금은 제가 모시고 살면서 심계옥 엄니에게 매일 책을 읽어드립니다.
8년 전 치매판정을 받으셨는데 매년 치매검사를 할 때마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아 의사선생님도 놀라십니다. 저는 이것이 그림책 읽어주기의 힘이라고 믿고 있기에 제가 이년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그림책을 읽어드리는 이유입니다.
말고픈 외로운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말 붙여드리고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고저.
천둥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먹구름 속에서 그렇게 울었다지만, 김 작가는 말이 고픈 외로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친구가 되기 위하여 그렇게 발을 동동 굴렀던 모양이다.
김인자 작가는 그동안 쉼 없이 책들을 출간했다. 그 중 ‘책 읽어주는 할머니’는 대만, 중국, 멕시코 등에도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중국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뽑히기도 했고,
국내에서는 2010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로 선정된 것을 필두로, 소년한국 우수 어린이 도서상 수상 – 문학부문, 한우리독서운동본부 선정 ‘굿북’, 교보문고 대한민국 대표 어린이책 2009년 수상작, 어린이문화진흥회선정 ‘좋은 어린이 책’,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권장도서, 어린이도서관 추천도서, EBS라디오 멘토 부모 추천도서, 아침독서운동 2010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고래가 숨 쉬는 도서관 선정 2009 우리나라그림책 50선 등 지면이 모자랄 정도로 칭찬을 받았던 정말 좋은 책이다.
최근엔 ‘꽃보다 할매 할배’라는 아메리칸 포토에세이집(가치창조)과 ‘나는 할머니 대장’이라는 어린이 그림책(단비어린이)을 출간했다.
김 작가의 두 가지 꿈이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들의 홍보에 한 팔을 보탠다. 책 많이 사주시라. 그래야 이 땅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덜 외롭다.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라는 노랫말이 있다. 나는 언제까지 청춘인줄 알았는데 어느새 이만큼 나이가 들었다. 훗날 내가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누가 와서 말이라도 걸어주면 얼마나 고마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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