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웹툰 ‘짬’으로 이름을 알린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를 리뷰한다. 출간한 지 오래됐지만 웹툰으로 먼저 발표된 작품이라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소개를 미뤘던 작품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웹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웹툰작가들이 선택하는 이야기들의 소재에 유독 선정적인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우겠농. 마찬가지 이유로 웹소설도 좋아하지 않는다. 역시 ‘선정성’ 때문인데 이는 정말 큰 문제이다.
선정적인 웹툰이나 웹소설은 자라는 아이들의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데 네이버(NAVER)같은 대형 포털에서 아무런 책임의식 없이 그러한 분위기를 조장하는 듯해서 매우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주호민의 ‘짬’은 군대이야기를 재미나게 표현한 작품으로 기억한다. 당시만 해도 웹툰에 느낌은 나쁘지 않았고, 군대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내는 주호민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도 호감이 있었다. 그 주호민 작가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연단위로 발표한 작품이 ‘신과 함께’이다.
내가 읽은 ‘신과 함께’는 저승편 3권(2010), 이승편 2권(2011), 신화편 3(2012)권으로 애니북스에서 총 8권으로 엮은 만화책이다. 웹은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책이나 별반 차이 없지 싶다.
전체적으로 [불교+도교+토속신앙]적인 요소가 가득해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저승편’은 사람이 죽은 사후세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다가 음주로 인한 간질환으로 사망한 김자홍과 그의 변호사로 처음 업무를 맡은 실력파 변호사 진기한이 49일간 험난한 저승재판을 겪는다는 것이 스토리이다.
영화 ‘사랑과 영혼’을 보고 나면 ‘착하게 살아야지’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던가? 난 그렇던데. 여하튼 ‘신과 함께’ 저승편을 보노라면 저절로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화는 만화일 뿐’이라며 무시한다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맛을 봐야 아는 사람이 있긴 하다. 죽어보면 알겠지.
‘이승편’은 전편에 등장했던 김자홍 씨 대신 가택신이 등장한다. 죽은 자를 데려가야 하는 저승차사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를 막으려하는 가택신이 한판 승부를 벌인다.
등장하는 가택신은 집을 지키는 성주신,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 변소를 지키는 측신이고, 장독을 지키는 철융신이 반짝 활약을 한다. 이에 맞서는 저승차사는 수석차사 강림도령, 일직차사 해원맥, 월직차사 이덕춘이다. 누가 이겼을까?
‘신화편’은 전편에서 활약했던 세 저승차사 강림, 해원맥, 이덕춘이 저승차사가 된 사연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토속신앙에 나오는 각종 신들이 등장하여 신이 된 과정을 보여준다.
‘신과 함께’를 읽다보면 ‘어, 이거 내가 아는 내용인데’하는 부분들이 많다. 작가가 민담으로 전해오던 이야기를 이리저리 짜깁기해서 엮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스토리 구성하는 솜씨가 뛰어나서 핏(fit)이 멋지게 잘나왔다.
풍문에 의하면 ‘신과 함께’가 영화로도 개봉된다고 한다. 요즘 신(神)이 유행인가 보다. 사람은 시절이 하수상하면 신을 찾기 마련인데 영 기분이 텁텁하다. 별 일 없어야 할텐데.
영화 신과 함께의 대본을 누가 썼는지 모르지만 영화로 만든다면 아마도 ‘저승편’이 어울릴 것이고, 바보가 아니라면 저승편을 베이스로 영화로 만들었을 것이다. 쉽게 만들자면 이승편이 낫겠지만, 어디까지나 ‘신과 함께’의 액기스는 저승편이다.
만화에서 김자홍씨가 총각인 것이 어색했으니 그건 어떻게 손봤어야 하는데 어떤지는 모르겠다. 보편적이지 않으면 어색하다. 벌써 영화로 만들어 졌으면 할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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