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관에 가서 봐야 제 맛인데 여태 살아오면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거의가 초대를 받았거나 어쩌다 끌려가서 본 것 외엔 영화관에 가 본 적이 없다. 원시인 덕구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내 기억 속의 영화관은 컴컴하고,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숨쉬기 힘들고, 더럽고, 하여튼 좋을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엔 홈시어터(home theater)까지는 아니지만 인터넷과 TV를 잘 결합해둔 상태이므로 앞으로도 영화관에 갈 일은 별로 없을 듯하다. 대신 한 타임 늦겠지만 영화는 더 많이 볼 수 있는 환경은 잘 갖추어 놓았다.
머릿속이 엉클어졌을 때 음악 감상을 하며 생각정리를 했는데 아무래도 음악만으로는 부족한듯하여 영화에 관심을 가졌더니 이게 은근히 도움이 된다. ‘영화광’이 왜 있는지 알 것도 같다.
밤에 영화를 한편 감상하고 자기로 하고 이리저리 영화를 찾다가 선택한 영화가 ‘이웃집에 신이 산다’이다. 이런 제목에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감성장치에 문제가 있는 것이리라.
브뤼셀의 한 아파트에는 ‘신’의 가족이 살고 있다. 심술궂은 신은 인간을 괴롭히는 것을 취미삼아 하고, 가족들에게도 성질을 내는 등 성격이 좋지 않다. 딸 ‘에아’는 그런 아빠의 모습에 염증을 느끼고 집을 탈출해 인간 세상으로 가서 새로운 신약성서를 쓰려고 한다.
떠나기 전, 에아는 아빠의 컴퓨터를 몰래 켜고 세상 사람들에게 죽는 날짜를 모두 문자로 보내는데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한다. 이를 알게 된 신은 에아를 찾으러 인간 세상으로 오지만 컴퓨터가 없는 신을 다들 미치광이 취급 한다. 그리고 에아는 6명의 사도를 찾아 떠난다.
원제는 프랑스어로 Le Tout Nouveau Testament 영어제목은 The Brand New Testaments 이다. 우리말로 하면 ‘새로운 신약성서’ 정도로 해석된다. 영화관으로 많은 관객을 끌어 모아야 하는 한국의 어떤 사람이 ‘이웃집에 신이 산다’로 제목을 바꿔 놓았는데 부분적으로 성공이다. 원제대로 했으면 ‘폭망’했을 듯.
이 영화는 딱 거기까지, 흥미로운 것은 제목뿐이다. 차라리 이러한 주제로 한국의 작가가 시나리오를 집필했다면 정말 근사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열심히 영화를 본다고 봤는데 끝부분이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중간중간에 잠이 든 것이 분명하다. 신이 세탁기를 통해 인간세상으로 나오는 부분까지는 확실히 기억나고, 그 나머지 부분은 까물까물 기억이 날동말동하다. 솔직히 제대로 본 것은 절반은 고사하고 반의반도 못 본 것 같다.
좋은 영화 감상하고 좋은 이야기만 하면 정신건강에 좋겠지만,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도 없는 것이 세상사이니, 재미없었다는 이야기도 영화 고르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적는다. 난 재미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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