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사자,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어느 동물이 이길까?’라는 질문은 해묵은 논쟁중의 하나입니다. 사람들은 호랑이패와 사자패로 나뉘어져서 열나게 입(글)씨름을 벌이곤 했습니다. 이 두패는 나름대로의 근거를 대며 공방을 벌였지만 어느 한쪽이 완전한 승리를 거두진 못했죠. 자신이 지지하는 동물이 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몇 년도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네이버 지식iN에 가장 많이 올라온 질문이 바로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어느 동물이 이기나?’ 였다고 합니다. 물론 답변은 갑론을박이었고요.
나는 국민(초등)학교 때까지 사자패였다가 중·고딩이 되면서 호랑이패가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호랑이가 됐든 사자가 됐든 센 놈이 이긴다는 쪽으로 노선을 정했습니다. 김씨와 이씨가 싸우는 격으로 객체의 우열에서 판가름 나지 종(개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정도로 호랑이와 사자, 사자와 호랑이의 결투는 우열을 가리기 힘듭니다.
벌꿀오소리 같이 예외적인 동물이 있겠지만 대체로 동물의 세계에서 우열은 덩치에서 판가름이 납니다. 그런 맥락에서 놓고 보자면 사자와 호랑이는 막상막하의 맞수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 두 동물은 ‘종속과목 강문계’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 것이죠.
기록을 살펴보면 암호랑이와 싸우다 줄행랑을 놓는 숫사자 이야기가 많습니다. 반면에 사자에게 물려죽은 호랑이도 있었지요. 2008년 12월 7일 전주동물원에서 암호랑이 ‘호비’를 수컷사자 ‘청이’가 물어 죽였던 사건은 전국뉴스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북한에서는 호랑이, 사자, 곰을 크로스로 대결시켰던 장면을 방송한 적도 있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다분히 호랑이편에서 편파적으로 내용을 편집한 것으로써 호랑이가 살짝 우세한 것으로 나오더군요. 일반적으로 서양에서는 사자에게 유리하게, 동양에서는 호랑이에게 유리하게 주장한 글이나 영상이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재미난 논쟁이 잠잠해졌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별로 그러한 질문도 없고(모두 옛날 기록들만 검색), 열기도 예전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지요. 오늘은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디스커버리 채널(Discovery Channel)을 알아야합니다.
디스커버리는 과학, 역사, 자연 분야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논픽션 프로그램들을 중심으로 방영하는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케이블·위성TV채널입니다. 영어를 공부하는 청소년에게 아주 유익한 채널이죠. CNN같은 뉴스채널을 영어공부로 많이 활용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디스커버리를 강추합니다. 영어와 더불어 각종 지식을 동시에 습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전에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흥미로운 영상을 공개하였습니다. ‘아프리카로 간 호랑이’라는 키워드로 유튜브에 검색하면 아프리카의 야생 생태계를 완전 접수해버리는 호랑이 영상이 많이 검색되는데, 영상속의 호랑이는 아프리카에서 하마, 악어, 타조, 대머리독수리 등 사자무리가 덤벼들어도 사냥이 힘든 동물들을 손쉽게 사냥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영상은 호랑이 애호가들에게 엄청난 자부심을 안겨주었고, 디스커버리의 권위(?)를 빌어 호랑이가 사자보다 세다는 근거자료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프리카로 간 호랑이’ 영상은 알려진 것처럼 디스커버리팀에서 진행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존 베티(John Varty)라는 영화제작자 겸 환경보호론자가 진행한 ‘호랑이협곡(Tiger Canyons)’프로젝트의 일부로, 디스커버리는 방송만 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관련링크: http://www.jvbigcats.co.za/
이 프로젝트는 호랑이를 아프리카에 방사하여 생존이 가능한가를 알아보고, 가능하다면 멸종위기 동물인 호랑이 보호를 위하여 호랑이를 아프리카에 정착시키자고 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우선 감안해야 할 것은 이 프로젝트는 호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진행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어느 정도의 연출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미국에서 태어난 암컷호랑이 줄리(Julie)와 동생인 수컷호랑이 론(Ron) 이렇게 호랑이 두 마리입니다. 이들 두 호랑이는 미국에서 캐나다를 거쳐 남아프리카에서 다시 북부 아프리카까지 엄청난 이동거리의 여행을 한 끝에 필립스(Philippolis)지역의 ‘호랑이협곡(Tiger Canyons)’에 정착합니다.
서식환경이 다른데 잘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 속에 이들 호랑이는 야생적응훈련을 거친 후 그곳에 방사되었는데 다행히 잘 적응하였다고 합니다.
디스커버리 영상을 보면 이들 줄리와 론 두 암수 호랑이는 사자도 피하는 대형악어를 사냥하고, 여러 마리의 사자가 덤벼들어 겨우 사냥하는 물소도 거뜬히 사냥합니다. 뿐만 아니라 빠르기 때문에 사자가 사냥하지 않는 타조나 대머리 독수리도 점프실력으로 낚아채는 기술도 보입니다. 그야말로 물속, 나무 위, 공중 등을 가리지 않는 적응력을 보여줍니다.
이들 호랑이들은 현재까지 새끼를 낳아 잘 번성하고 있으나 제일 어미격인 줄리를 비롯한 윗세대들은 모두 죽었고, 2016년 6월 22일에 죽은 10살짜리 수컷호랑이 Seatao의 죽음이 가장 최근의 일이라고 하는군요. 그마저 외상이나 전투흔적이 없어 자연적인 원인으로 사망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호랑이와 사자를 맞대결을 시킨 것은 아니었으나 드러난 사실들을 모아볼 때 사자보다 호랑이가 좀 더 강한 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서두에 밝혔듯이 종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이고 그저 맞대결에 의한 결투만을 놓고 본다면 객체의 역량 차이에 따라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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