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에서 출판한 허영만 화백의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를 읽었다.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는 몽골의 영웅 징기스칸(Chingiz Khan)의 일대기에 약간의 픽션을 가미하여 완성한 8권짜리 만화이다. 만화지만 글밥(글의 양)은 상당하다. 한 권을 읽는데 웬만한 단편을 읽는 것 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는 전통적인 만화와는 달리 올 칼라로 채색되어 있다. 웹툰의 인기가 많다고 하더니 요즘은 올 칼라로 제작된 학습만화들이 온라인뿐만 아니라 서점에도 많이 비치되어 있다. 자주 이용하는 지역도서관에는 영어문법책을 비롯한 수십 종의 학습만화들이 구비되어 있다.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는 학습만화가 아닌 교양만화라고 할 수 있다. 몽골의 풍습과 문화를 엿볼 수 있고, 특히 징기스칸에 대한 정보와 그 시절의 역사적 사실이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작품 사이사이에 작가가 직접 찍었음직한 사진들이 제법 포함되어 있다. 사진에 허영만 화백도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작가가 직접 몽골로 현지답사를 가서 자료를 모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복식이나 사용된 언어에서 표현이 정밀하고 충실하다.
그렇지만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에 선정적인 장면이 많이 실려 있다는 점이 아쉽다. 만화라는 특성상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데 이 점은 조금 우려스럽다.
예전 한단고기에 기초한 이현세作 ‘천국의 신화’의 경우 선정성이 문제가 되어 꽤나 곤욕을 치렀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역시 “애들이 보면 좋지 않겠는데”라는 생각을 강하게 들게 한다.
그리고 잔인한 장면도 간간히 눈에 뜨이는데 이 역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저 전투장면에서 사람이 죽거나 부상당하는 것이 아니라 산 사람을 나무꼬챙이에 꿰어 죽이는 장면이 아이들에게 노출되어 좋을 것은 없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청소년들의 폭력사건이 사회문제로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나는 이러한 청소년 폭력사건에는 영화나 드라마, 만화, 게임 등이 적지 않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어른들이 반성해야할 부분이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꼭 필요한 장면이 아님에도 선정적인 장면이나 폭력적인 장면을 ‘문제의식’이나 ‘책임의식’ 없이 삽입하는 것은 ‘나만 잘 되고 보자’는 이기적 사고방식에 다름아니다. 지양되어야 할 부분이다.
선정적 장면이나 잔인한 묘사를 제외하고는 읽을 만한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에 약간의 픽션이 들어있어 자칫 혼동을 줄 수도 있겠지만, ‘만화’라는 장르를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상식을 쌓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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