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구엽초(음양곽) 효능, 고개 숙인 그대 고개를 들라!

삼지구엽초(음양곽)
정력에 좋아 음양곽으로 불리는 삼지구엽초.

양을 음란하게 만든다하여 음양곽(淫羊藿)이라고 불리는 약초가 있다. 곽이란 콩잎을 말하는데 이 약초의 잎이 그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 약초의 정식 이름은 줄기가 셋으로 갈라지고 끝에서 다시 셋으로 갈라져 9장의 잎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라고 한다.

삼지구엽초는 우리나라 중북부 이북지방에서 주로 자생하는 다년초(多年草)¹인데 온도가 낮은 고산지역을 좋아하며 부엽질(腐葉質)²이 풍부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삼지구엽초는 음양곽이라는 별칭처럼 성기능강화에 특히 좋지만 혈관질환에도 좋다. 그래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삼지구엽초 말린 것으로 술을 담그기도 하고,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차로 우려내어 마시기도 한다.

나는 강원도 철원에서 군 생활을 했는데 소속부대 부대장이 열렬한 삼지구엽초 애호가였다. 그는 새로운 신병이 부대로 전입해오거나 특별한 손님이 오면-거의 하급자가 방문할 때면- 항상 삼지구엽초를 우려낸 차(茶)를 대접했다. 그러고는 확인이 어려운 중국의 전설을 읊어대는 것을 즐겼다.

옛날 중국 서천북부지방 어느 목장에 양치기를 하는 팔순 노인이 있었다. 노인은 양을 돌보다가 한 마리의 숫양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양은 하루에 백 마리도 넘는 암양과 교미를 하는 것이었다. 노인은 이를 기이하게 여겨 그 숫양을 유심히 지켜보기로 했다.

이상한 것은 수십 마리의 암양과 교접을 한 숫양이 기진맥진하여 쓰러질 듯 비틀거리면서 산으로 기어 올라가는데 얼마 후 내려올 때에는 어떻게 원기를 회복했는지 힘차게 달려오는 것이었다.

이를 본 양치기 노인은 산으로 올라가는 숫양의 뒤를 따라갔는데, 그 숫양은 숲 속 깊이 들어가더니 어느 나무 아래의 풀을 정신없이 뜯어먹는 것이었다. 풀을 다 뜯어먹은 숫양은 바로 원기를 회복하고 다시 내려가 암양과 교접을 즐기는 것이었다.

숫양이 먹은 풀은 바로 삼지구엽초였다. 노인은 궁금증이 생겨 그 풀을 뜯어 먹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산에 오를 때는 지팡이를 짚고 간신히 올라갔던 노인이 풀을 먹고 난 후로는 원기가 왕성해져 지팡이를 팽개치고 뛰어내려 왔다. 노인은 다시 청춘을 찾아 장가를 들어 아들까지 낳게 되었다.

부대장은 이 이야기를 질리지도 않는지 매번 부대장실을 찾는 손님들에게 하고 또 하곤 했는데 경청자들이 감탄사를 곁들인 추임새를 넣어주면 어린애처럼 무척 좋아했다.

부대의 하급 장교들은 틈틈이 부대장에게 삼지구엽초를 잘 말려 상납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부대장과 각별한 사이였던 나는 부대장에게서 삼지구엽초차를 얻어 마실 기회가 많았다. 물론 삼지구엽초와 관련된 전설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했다.

그때의 나는 정력에 관심이 없는 혈기왕성한 시기였기도 했지만 쓰기만 할 뿐 맛이 너무 없었던지라 삼지구엽초를 우려낸 차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게 제대를 했고, 삼지구엽초를 까맣게 잊은 채 많은 세월이 흘렀다.

며칠 전 각별하게 지내는 지인으로부터 잘 말린 삼지구엽초를 선물 받았다. 비닐에 쌓여져 약간 눅눅해진 삼지구엽초를 다시 말리면서 군대시절 추억을 떠올려보았다. 힘들었지만 그리운 시절, 그립다고해서 다시 군에 가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요즘 아침 저녁으로 삼지구엽초로 만든 차를 한 잔씩 마신다. 이름만 음양곽인지 별로 몸의 변화를 느끼지는 못하겠다. 확인할 길도 없고. 그저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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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년초(多年草): 3년 이상 땅속줄기가 생존하는 초본으로 겨울에는 지상부만 죽고 지하부는 생존한다. 여러해살이 풀.

2. 부엽질(腐葉質): 낙엽이나 작은 가지가 썩은 물질. 낙엽이나 작은 가지가 퇴적하여 부식한 흙을 부엽토(腐葉土)라고 한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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