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017 KBO리그 부분정리, 최형우의 6경기차와 손시헌의 손억울 이야기

흐미,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전입가경(轉入佳景)이더니 이젠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프로야구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17 KBO리그 1~4위 팀의 최종성적이 최종전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재 기아와 두산이 반 게임차로 1위를 다투고, 롯데와 NC가 공동 3위에 올라있다.

시즌 중 넉넉하게 1위를 할 것 같았던 기아가 김기태 감독이 몇 가지 실험을 하는 동안 성적이 좀 떨어지자 그 틈새를 두산이 비집고 들어와 이젠 어느 팀이 1위를 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가능성이야 아직 기아에게 있지만 두산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기아가 한번이라도 삐걱하면 1위의 주인이 바뀐다.

롯데는 후반기 마법과 같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역전의 명수로 거듭나더니 7위에서 3위까지 순위가 급상승했다. 시즌 전에도 그랬지만 시즌 중에도 롯데가 이러한 성적을 내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NC는 신흥강호로 그동안 롯데를 철저히 짓밟았던 팀인데 자칫 같은 성적을 내고도 롯데에게 3위 자리를 내주게 생겼다. 동률이 되면 시즌 상대 전적을 기준으로 삼는데 롯데에게 7승9패로 뒤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기사들은 인터넷에 넘쳐나니 여기서는 패쓰(pass)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해보자. 현재 두산과 롯데에게 시달리고 있는 기아와 NC에는 말을 잘못해서 팬들에게 조롱을 당하는 선수가 있다. 우연치고는 재미있는 상황이라 정리를 해봤다. ‘말꼬리 잡기’인데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다.

기아가 한참 잘나갈 때 최형우 선수가 “6경기 차는 뒤집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2017년 8월 15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한 말이다. 최형우 선수는 이 말 때문에 경기차가 줄어들 때마다 팬들로부터 조롱에 가까운 댓글에 시달렸다.

사실 최형우 선수의 말이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다. 야구계에서 3경기차를 줄이는데 한 달이 걸린다고 말을 하니까. 최형우 선수는 6경기차를 극복하기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을 표현한 것 뿐인데 자만심에 찬 발언으로 받아들여져 야구팬들로부터 핀잔을 사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삼성과의 이별이 아름답지 못해서 더욱 그의 발언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기아, 삼성, SK 같은 팀은 한때 왕조를 구축했던 전통적인 강팀이다. 두산이야 디펜딩 챔피언으로 당분간 적수가 없을 것으로 평가 받았던 팀이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강팀에 속한 선수가 한 발언은 자신감의 표현이라 이해한다고 치더라도 NC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NC다이노스가 KBO 리그에 들어와서 좋은 성적을 냈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팀을 깔봐도 좋을 위치에는 있지 않다. 그런데 NC의 손시헌 선수가 속된말로 ‘입을 털어’ 구설수에 올랐다.

시즌 개막전인 3월 27일 모매체와 인터뷰에서 “롯데와는 5할 승률(8승8패)면 억울할 것 같다”는 발언을 해서 졸지에 별명이 ‘손억울’이 되어버렸다. 손선수의 이 발언은 롯데팬들의 공분을 샀고, NC가 롯데에 패할 때마다 팬들로부터 “손억울, 억울해서 우야노”라는 조롱을 받았다. 시즌 전적이 8승8패도 아니고 7승 9패로 밀렸으니 당분간 손억울이라는 별명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 또한 손시헌 선수의 입장에서 보자면 충분히 억울한 일이다. NC가 KBO에 입문했던 첫 해에만 롯데에 6승2무8패로 열세였을 뿐, 이후론 계속 우세한 시즌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엔 15승1패로 일방적으로 이겼으니 그런 느낌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이해하려고만 든다면 이해되지 않는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최형우나 손시헌의 경우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다. 6게임차를 뒤집기란 정말 힘든 일인 것도 맞고, NC가 롯데보다 좋은 성적을 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사실만 알고 ‘겸손’을 몰랐던 것이 문제였다.

박찬호, 양준혁, 이승엽 같은 대선수들은 언행이 조심스럽다. 속으로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최소한 설화(舌禍)에 휘말리는 경우는 없었다. 프로야구 팬들은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약간이라도 삐꺽하는 날에는 “설레발 치더니 꼴좋다”라거나 “함부로 입을 털면 그렇게 된다’면서 조롱당한다.

프로야구를 즐기는 여러 방법가운데 하나지만 정작 당하는 입장이 되고 보면 여간 괴롭지 않을 것이다. 문제가 자신에게 국한되는 상황이면 그나마 낫겠지만 팀에 영향을 미친다면 괜히 미안해진다. 그러니 뒤에 모양새 구기지 않도록 평소 언행을 조심할 일이다.

최형우 선수나 손시헌 선수가 악의를 가지고 그러한 발언을 한 것이 아니란 것쯤은 팬들도 알고 있으니 너무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남은 1경기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란다.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추석은 잘 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