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이상혁의 장편소설 데로드 앤 데블랑(Derod & Deblan)이다. ‘데로드&데블랑’은 판타지 소설로는 세 번째로 소개하는 작품이다. 제대로 된 서평이라고 한다면 완결되지 않은 묵향은 제외해야 하니 데로드 앤 데블랑은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에 이어 두 번째가 되는 셈이다
DEROD & DEBLAN 알파벳만 보면 영어가 떠오르지만 ‘데로드 앤 데블랑’이라는 어감에서 영어가 아님이 감지된다. ‘행복과 불행’이라는 뜻이라는데 어느 나라 말인지는 모르겠다. 발음 상 프랑스어 같아서 확인해봤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내용에서 행복을 주관하는 신(神)의 이름으로 데로드(Derod)와 불행을 상징하는 신의 이름으로 데블랑(Deblan)이 나오는데 설정으로 등장시킨 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삼은 것 같다.
생사의 위험에 처한 눈먼 검객이 여행 중인 자매를 만나 도움을 받게 되고 눈의 치료를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행 중에 검객과 언니는 사랑에 빠지고 장래를 약속하지만 언니는 검객을 노리는 사람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동생은 언니의 죽음을 검객 탓으로 돌리고 복수를 위해 길을 나선다.
‘데로드&데블랑’은 [우연한 만남 → 사랑이 싹트는 여행 → 비극의 시작 → 복수]라는 진행방식을 가진 8권짜리 소설이다. 주요 등장인물이 단순해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기 좋다. 물론 그런 이유는 아니겠지만 KBS에서 ‘데로드 앤 데블랑’을 라디오 드라마로 만들어 방송했다.
데로드 앤 데블랑의 스토리에서는 여느 판타지에서 볼 수 없는 문학적 색채가 묻어 나온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의 구조나 문체가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한 편인데도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저 판타지나 무협이라면 뛰어난 마법실력이나 절세의 무공을 가진 주인공이 사방팔방으로 휙휙 날아다니는 것만 연상하기 쉬운데 애정소설 같은 -그것도 비극적인- 스토리가 남다르게 어필한 것 같다.
멋 부린 듯 멋 부리지 않은 소설 ‘데로드 앤 데블랑’을 읽다보면 데자뷰(deja vu)처럼 이 작품 저 작품이 떠오른다. 아마도 작가는 다른 여러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떠랴, 딴 작품을 그대로 베끼지만 않았으면 되지. 신춘문예 입상작을 고르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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