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만상에나 내가 신간소설 서평을 쓰고 있다니. 역시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는 순전히 작가의 이름 탓이다. 임요희. 열 번 스무 번을 읊조려 봐도 예사롭지 않은 이름이다.
작가라는 호칭보다 기자라는 호칭이 더 친근한 임요희 작가. 성명학적으로 글쓰기가 천직일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임요희 작가가 격동의 2017년 한 여름에 첫 소설집을 출간했다. 눈쇼!
눈쇼는 책 속에 담긴 열 개의 단편 가운데 하나의 제목이다. 요즘은 모르겠고, 예전엔 가수들이 앨범을 발표할 때 타이틀 정하는 것이 큰 고민거리였다. 판매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전혀 새로운 이름으로 타이틀을 정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보통은 수록곡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A면 첫 번째 곡으로.
임요희 작가의 눈쇼도 아마 그런 과정을 거쳐 책이름이 결정되지 않았나 싶다. 신기한 것은 첫 번째 곡…이 아니라 첫 번째 작품 ‘조개가 된 남자’가 아니라 두 번째인 ‘눈쇼’가 타이틀로 낙찰됐다는 점이다.
이는 눈쇼라는 제목이 더 임팩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임요희의 조개가 된 남자’ 보다는 ‘임요희의 눈쇼’가 더 어울리는 것은 사실이다.
앨범 쟈킷에 해당하는 책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다. 작가 이름이 예사롭지 않더니, 책 제목도 예사롭지 않고, 책 표지도 예사롭지 않다. 아마 내용도 예사롭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 내용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내용마저 예사롭지 않았는데 ‘작가의 말’ 또한 예사롭지 않다. 예사로운 것은 책의 제본뿐이다. 이왕이면 튼튼하게 사철방식으로 엮어주지 출판사에서 아끼지 않아야 할 부분에서 돈을 아꼈다.
단언컨데 이 책 임요희 작가의 눈쇼는 아무나 못 읽는다. 이해력이 있거나, 사회문제에 남다른 관심이 있는 독자만이 소화할 수 있는 책이다. 절대 그냥 쓰윽 읽고 넘길 책이 아니다. 예사로운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무거운 주제와 딱딱한 소재로 재미있는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 단편에 재미를 가미하기엔 그 주제가 무거운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한번 읽고는 머리속에 그 내용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가곡이 대중가요로 분류된 느낌이랄까. 몇 번 더 읽어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예사롭지 않은 ‘눈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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