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한국 이용자는 아주 많다. 구차하게 숫자로 기재된 자료를 토대로 얘기하면 그림에서 보듯 카카오 스토리나 네이버 밴드 이용자 보다는 적을지 모르겠으나 그냥 문장으로 간단히 표현하면 많다. 그냥 많다고 하자. 그래야 이야기가 된다.
본 기사의 발화지점은 페이스북이다. 왜 페이스북으로 한정하느냐고 묻는다면 기사의 제보자가 페이스북 유저이고, 본 기자의 주요 취재 무대가 페이스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페이스북이 글로벌한 SNS인데 기사의 주제가 외국인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발화 일인 이 날도 뭔가 ‘꺼리’가 없는지 참새의 눈으로 페이스북 이곳 저곳을 순찰하던 중 오프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지만 평소 우리나라의 공교육 현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영어교육의 문제점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하던 진영님을 우연히, 아주 우연히 발견했다.
“뭐 없수?"(이건 기사감을 내놓으라는 덕구식 표현이다.)
“사람들이 외국인을 친추했다가 사기 당하는 일이 많다던데요. 나도 영어대화 때문에 외국인 친구 받았는데 그 사람 이상한 이야기를 하던데… 외국인이 사기치는 이야기는 기사가 안될까여?"
“사기? 외국인이 사기를 어캐 친단 말요?"
“친구 추가를 하고 좀 친해지면 선물을 보낸다면서 발송비를 보내달라거나 자기 아이가 아프다고 도와 달라는 친구들도 있다던데…"
말하는 내용으로 보아 반은 본인의 이야기임에 틀림없었다.
기사감이 안되긴 당연히 되지… 되고 말고. 본 기자 부리나케 타임라인에 ‘협조문’을 올렸다. 외국인을 친구로 뒀다가 피해를 본 사례가 없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덕구일보에 소문이나 추측만 가지고 카더라 뉴스를 만들어 송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협조문을 게시하자 물고기가 주낙에 걸려 올라오듯 줄줄이 올라오는 댓글들. 오호라, 니나노로구나! 땡이로구나! 한결같이 사기를 당했다거나 당할뻔 했다는 이야기들이다.
개중에 “나는 영어를 못해서 외국인 친구는 안받아여” 라거나 “조금만 낌새가 이상하면 짤라버리는게 정답이여” 라며 본 기자의 맘도 모르고 김빠지는 소리를 하는 유저도 있었으나 대체로 피해사례이거나 미수에 그친 이야기들이다.
많은 유저들이 다양한 사례들을 올렸는데, 위 사건은 봉황당같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 MAYBANK에서 제보자에게 보내온 메일인데 50만 달러를 투자하는데 이체수수료 10,550달러(약 1,200만원)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송금수수료 10,550달러를 부담할 수 있으면 5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건데 이 사기범은 실제로 이런 방법이 통할 것이라 믿었을까?
사례들을 수집하여 분석해보니 이들 외국 페부커의 사기수법은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1단계로는 친해지는 과정이다. 그 기간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보였다. 아마 이 작업기간은 금액에 비례 하여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고액이면 기간도 늘어나고 소액이면 빨리 작업하는 것이다.
2단계에서 상황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눠졌다. ‘사랑해’ 유형이 가장 많고, ‘동정’을 구하는 방법과 ‘빌려줘’ 유형이 거의 비슷한 비율을 이루고 있었다.
‘사랑해’ 유형은 대체로 쌔끈한 프사를 가지고 있는 선남선녀들이다. 이들은 달콤한 말로 상대를 유혹한뒤 선물을 보내겠다면서 주소를 요구하는데 그 선물이 명품들이라 보험에 들어야하니 보험료는 부담하라고 하거나 발송료 정도는 부담해야 하는것 아니냐면서 소액을 요구한다.
아니면 선물의 배달경로를 알아두기 위하여 위치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가 있으니 보내주는 링크를 클릭하라고 유도하는 방법으로 사기를 친다.
‘동정심’에 호소하는 방법은 주로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마음 약한 사람은 넘어가기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 기자 역시 불쌍한 진영에 속하는 구성원이다. 그 ‘불쌍’ 페르몬이 강하게 풍겼던지 마음씨 고운 어느 페부커로부터 “쌀을 보낼테니 주소를 대라”고 기분좋은 닥달을 당한 경험이 있다.
괜찮다고 사양을 하자 그 마음씨 고운 페부커는 재차 페메로 연락해서 자신이 세심하지 못했다고 사과 하며 댓글로 밝히지 못하는 점을 이해하니 주소말고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얼마간 송금을 하겠다고 설득을 받은 바 있다. 도무지 눈에 밟혀서 잠을 못 잘 것 같다는 거다.
지금은 아주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데 본 기자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신다.
페부커들 가운데 이렇게 천사와 같은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경험한 기자로서는 동정심을 유발하는 방법이 충분히 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려줘’ 유형은 어디 여행을 갔는데 갑자기 곤경에 처했으니 돈을 빌려달라는 것이 가장 많았다. 수표를 분실했다는 등의 핑계를 대는 것인데 금액이 애매하여 넘어갈 위험이 다분해보였다.
이 유형에서 가장 황당한 제보는 배를 파는 일을 하는 사람이 말레이시아에 출장 왔는데 배가 갑자기 고장이 나서 차질이 생겼다. 수리비 천달러 정도가 부족한데 빌려줄 수 있겠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배수리비를 빌려달라니 대단한 사기꾼이다.
갑자기 죽은 억만장자의 친구인데 그 친구의 재산관리를 맡게 되었다. 통장을 빌려달라는 사례도 있었다.
마지막 3단계는 사건의 마무리이다. 성공하면 그것으로 끝이고, 실패하면 욕을 뭣 같이 쏟아붓는 단계가 이 단계이다. 그래봤자 우리나라의 우수한 ‘욕’에는 못미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 기분나쁘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주로 “너, 미친거 아니야? 왜 돈 안보내?”라고 한다.
위 사진속 주인공은 한국에서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는 유저인데 이미지를 도용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짜 계정의 페이스북 유저는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못한지 동일한 상대인줄 모르고 접근했다가 캡처당하고 말았다.
제보 받은 사례들을 지면(화면) 관계상 모두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유감이고, 제보해주신 분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지금은 성희롱으로 처벌 받을 가능성이 높은 발언이지만, 예전에 ‘여자의 치마 길이와 연설은 짧을수록 좋다.’라는 말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본 기자는 지문도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그래야 머리 속에 각인이 잘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할 내용이 차고 넘쳐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내용이 더 길어지고 말았다.
이는 순전히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압축시키지 못한 짧은 필력 때문이다. 그동안 타임라인의 짧은 글들만 읽다 천자 넘어가는 글을 읽느라 힘들어 하는 모습이 필자의 모니터 너머로 전해 온다. 미안타.
마지막으로 본 기사를 작성하면서 가장 우려한 점은 일부 외국인의 잘못된 행동을 가지고 전체를 재단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일반화의 오류’에 대한 우려였다.
분명 실제로 사랑을 느꼈던 커플이 있을 수 있고, 자신의 딸이 아플 수도 있으며, 낯선 곳에서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이다. 친인척보다 페북에서 친해진 사람이 먼저 생각날 수도 있다.
글로벌 시대에 이 기사로 인하여 섣불리 찐한 색안경을 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단지 이런 사례들이 있으므로 알고는 있자는 정도… 그러니까 색안경 중에서도 아주 옅은 것으로 끼자는 거다. 원래 덕구일보는 품위있고 고상한 사람들이 구독하는 신문이니까.
(추가)
기사를 처음 제보했던 진영님으로부터 조언을 가장한 꾸중을 들었다. 피해를 방지하는 팁을 왜 빠트렸냐는거다. 이를 생각하지 못한바는 아니나 쑤~운 영어로 되어 있어 망설였다.
그러나 덕구일보는 그래선 안된다는 진영님의 강력한(?) 요구에 굴복하여 링크하나 남긴다. 밑에 걸려 있는 링크에 들어가면 그 나쁜 페부커들의 정보가 뜬다. 몇 번 돌려봤지만 영어 장벽으로 인하여 애로가 많았다는 점을 밝힌다. 참고하시라~
구글에서 Fake-scammer-info 로 검색하면 된단다. 클릭하면 자동으로 검색입력이 된 창이 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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