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입니다.
지금은 스타벅스, 카페베네 같은 고급 커피숍이 대세지만 예전엔 음악다방이 많았습니다. 별다방, 학다방, 약속, 쉘부르… 그리고 지역에서 유명한 곳이 부산의 무아.
무아, 이 곳은 MBC 출신 음악 DJ들이 많았지요. 윤시내가 열창한 열애의 주인공 배경모PD도 이 곳 출신입니다. 쉘부르는 음악다방이라 부르기엔 성격이 애매하지만 이종환의 포크사단이 유명했습니다.
다운타운 음악이 한참 열기를 뿜어내던 그때.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던 저는 어느 음악다방에서 DJ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요즘 말로 알바입니다.
손님 중에 묘령의 아가씨가 있었는데 … 항상 똑같은 곡을 신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존 덴버의 선샤인 온 마이 숄더 (John Denver – Sunshine on My Shoulders)”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동행도 없이 매일 매일 제 시간이면 찾아와서 그 노래를 듣고 한 시간여 더 머물다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Ghana 초콜릿 하나가 request 와 함께 Music Box로 배달되었습니다. 그녀가 보낸 것이었지요. 그렇게 시간은 흘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가만 보니 짝수 날과 홀수 날에 따라 쵸콜릿의 껍질 색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홀수날은 찥은 갈색, 짝수 날은 빨간 색.
이제 굳이 그녀의 음악 신청 쪽지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그녀가 등장하면 존 덴버의 LP를 자동으로 턴테이블에 올려놓게 되었습니다. 물론 핀은 Sunshine on My Shoulders에 맞춰놓고요.
DJ들은 여러 이유로 이 곳 저 곳 자주 옮겨 다닙니다. 하지만 그 이름도 모르는 아가씨 때문에 저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비 오는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 나도 그 음악다방을 그만두었고요.
Sunshine on My Shoulders
이 노래만 들으면 그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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