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 없던 걸로 할래.

상속포기각서

돈! 돈! 돈!

모든 분쟁의 씨앗은 ‘돈’인 경우가 많아요. 우리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 함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내 삶의 유지가 아닌 오로지 돈이 내 목적인 삶을 살기도 해요.

적당한 자본이 내 삶을 윤택하게 해 줄 수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자칫 돈이 독이 되어 삶의 여유를 잃어버리고 돈을 버는데 내게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삶을 살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네요.

오늘 이렇게 돈! 돈! 돈!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에요. 그럼 덕구씨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우리 덕구씨는 덕구일보의 사장님이세요. 그런데 돈 많은 덕구씨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진 분이 계셨으니, 그는 바로 덕구그룹의 회장님이자 덕구씨의 아버님이신 덕팔 사장님이셨어요.

덕구씨는 평소 욕심이 없기로 유명했어요. 그래서 형제 중 막내인 덕구씨는 상속을 포기하고 모든 재산을 아버님을 모시고 있는 형님에게 양보하겠다고 각서를 썼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 덕구씨 아버님은 어느덧 100세를 넘기시며 장수를 하시고 2017년 6월 26일 타계하시죠. 그리고 모든 재산을 형님이 물려받게 되는데, 형님은 그 상속재산을 흥청망청 쓰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기 시작해요.

그러한 형님의 모습을 보는 덕구씨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지만, 이미 상속포기 각서를 쓴 이후라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하죠. 그때 김경수 변호사가 생각난 덕구씨는 김변을 찾아 가게 되는데…

결국 위 이야기에서의 쟁점은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작성한 상속포기 각서가 과연 효력이 있느냐의 여부예요.

얼핏 생각하면 민법의 대원칙인 사적 자치의 원칙상 당사자 본인이 의사를 밝힌 이상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상속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즉 아버지가 사망한 후 일정 기간 내에 가능하고,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등 일정한 절차와 방식을 따라야만 그 효력이 있다고 민법이 명문으로 규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속개시 전에 한 상속포기의 약정은 그와 같은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아니한 것으로 법적 효력이 없어요.

우리 판례 역시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일정한 기간 내에만 가능하고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등 일정한 절차와 방식을 따라야만 그 효력이 있으므로,

상속개시 전에 한 상속포기 약정은 그와 같은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아니한 것으로 효력이 없고, 상속인 중의 1인이 피상속인의 생존 시에 피상속인에 대하여 상속을 포기하기로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상속개시 후 민법이 정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라 상속포기를 하지 아니한 이상, 상속개시 후에 자신의 상속권을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또는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의 행사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우리 덕구씨가 비록 상속포기를 했다 하더라도,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한 상속포기는 그 효력이 없기 때문에, 아버님이 돌아가신 이후에 자신의 상속분을 주장한다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게 되는 것이죠. 우리 덕구씨가 돈을 되찾아와서 좋은 일에 많이 많이 쓰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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